▲ 민경용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지사 회장 |
졸린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나는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선수는 우승을 확신하며 두 손을 불끈 쥐었고 시상식에 오르기까지 내내 어찌할 줄 모르는 기쁨에 도취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체조 종목의 첫 번째 금메달이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서 긴장하는 것은 이해한다. 지나칠 정도의 긴장감이 선수의 두 눈에서 보여서 나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유를 나는 다음날 매스컴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각종 매체에서는 양 선수의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공한 운동선수로 비닐하우스 집과 부모님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획득한 금메달의 가치가 어떤 보석보다도 빛이 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상에서는 그를 찬양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올림픽이 끝난 후 각 기업에서는 양학선 선수에 대해 후원의지를 공개했다.
스포츠계에 기업의 후원이 국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기업은 경제활동을 추구하지만 다른 한쪽으로 사회공헌을 통한 안전망 형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미 많은 대기업과 관심 있는 지도층의 참여를 통해 각종 봉사단체 및 모금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은 가진 자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사회공헌 활동을 의미한다. 또 프랑스 어인 '귀족의 의무'라는 뜻으로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에서 지도층의 헌신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 용어는 많은 사람이 따르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에게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은 대한적십자사 또한 스위스의 지도층인 전상자구율위원회(5인위원회)에서 발의해 전 세계적으로 조직됐다. 초창기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의 구별 없이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고통을 덜어주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전 세계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 각종 내전과 자연재해, 질병과 기아로 인해 몸살을 앓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적십자의 표장을 달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국제지원에 발을 내딛고 있다.
국내의 취약계층을 지원함과 동시에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최빈국들을 방문해 그들의 최소한의 위생을 지원하고 질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후원과 관심, 그리고 대중들의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못된 천석지기(쌀 천 석을 지닌 사람)는 만석지기가 되고자 하인을 매질해 묘비에 이름만이 새겨진다.
반면 천석의 한 석이라도 나누어 베풀었던 천석지기는 한 석의 쌀을 얻었던 하인의 보은(報恩)에 그의 무덤에는 꽃이 필수가 있다. 나눔의 미덕을 그 어떤 보상을 바라고 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선행이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이치를 전해주고 싶다. 밤새 달린 기차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밝은 태양을 맞이하게 된다. 모두의 꿈과 희망이 이뤄지는 세상, 밝고 희망찬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는 세상, 걱정 없이 행복하며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 한 번쯤 주위를 둘러보고 손잡고 나갈 수 있는 미덕이 함께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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