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영화 '젊은이의 양지'-모호한 살인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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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영화 '젊은이의 양지'-모호한 살인죄(2)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8-27 14:03
  • 신문게재 2012-08-28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지난주 모호한 살인죄 (1)편에 이어서) 그러나 이 사건에서 주인공 조지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까? 분명 그는 여자 친구 앨리스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었고 그녀를 호수 한 가운데로 유도한 것은 사실이다. 법적으로 본다면 이미 살인을 위한 예비행위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호수 한 가운데에 이르자 마음이 약해져 차마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의 여자 친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배가 전복돼 물에 빠지게 됐던 것이다. 그는 가까스로 수영을 해 살아 나왔고, 살려달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으면서도 혼자만 헤엄쳐 나왔다고 재판 중에 진술한다. 이러한 진술은 사실 정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범행을 의심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는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결을 하는 재판관이나 배심원은 이러한 진술을 믿지 않았고, 오히려 실제로 배에서 여자 친구를 떠민 후에 배를 전복시키고 자기만 살아나왔다고 판단했다.

과연 이러한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첫째는 주인공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만약 주인공의 주장을 인정할 경우에는 과연 어떤 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셋째는 살인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형에 처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행위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주인공 조지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정직한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배심원은 주인공에게 살인죄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만약 주인공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주인공은 죄가 없게 되는 걸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만약 그의 수영실력으로 그녀를 충분히 구해낼 수 있는 정도인데도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도 혼자 살아 나왔으면 이는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필적 고의란 '그녀가 수영을 못해 죽을지 모르지만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이로써 살인의 고의는 인정된다.(이에 대해 유기치사죄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호수 한 가운데이고, 만약 수영으로 혼자 살아나오기도 어려운 정도라면 설사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 살아왔다고 해서 살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결국 주인공은 살인예비죄로 처벌은 할 수 있으되 살인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살인죄가 인정되는 경우라도 사형이라는 가장 무거운 형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 살인의 동기가 약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무차별적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인 살인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살인죄와 같은 처벌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형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형은 영화에서의 극적인 결말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영화 속의 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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