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천안시 동남구 봉명동 주민센터 상담실. 신영섭(60ㆍ사진)복지위원은 독거장애인으로 우울증세를 보이는 주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건넸다.
성마른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A씨는 바로 신 위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부드럽고 차분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누구도 눈길조차 꺼리던 자신의 생활에 신 위원이 처음으로 따뜻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A씨는“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정서적 서비스가 '보이지 않는 복지'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말벗 자원봉사가 독거생활로 외로움에 지친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천안시 봉명동 복지위원 4명은 지난 2일부터 매주 화, 목요일 저소득 독거가구에게 희망을 전하는 안부전화로 이들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봉명동 기초생활수급자는 모두 328가구로 이 가운데 211가구가 나 홀로 세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질병이나 장애를 갖거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례가 많다.
유난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여름 무더위 속에 냉방용품도 중요했지만, 이들에게는 주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려운 형편을 이기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고옥영(여ㆍ63) 복지위원은 “처음에는 퉁명스레 전화를 끊어버리던 일부도 이제는 목소리를 기다린다”며 오랜 벗처럼 서로 기다리는 사이가 됐다.
봉명동은 복지위원들의 전화상담이 뜻밖에 높은 성과를 거두자 대상자를 저소득 가구로 제한하지 않고 독거 장애인, 독거노인 등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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