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되려면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지원 협약서를 첨부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구청들은 해마다 적게는 5000만원 이내부터 1억 원까지 지원하기로 학교와 약속했다. 그럼에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구청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자공고를 유치하기는 해야겠고 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을 교육청과 학교에만 맡기는 시대는 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좋은 교육여건의 조성이다. 이는 자치단체의 지원 없인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시설이 열악하고, 교육이 부실하면 주민들은 학교에 먼저 불만을 터뜨리겠지만 결국엔 화살은 구청을 향하게 돼 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협약서에 도장까지 찍한 약속한 자공고 지원이 이 정도라면 다른 학교에 대한 지원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마 구청들은 가용재원이 몇 푼 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재정에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살림살이를 얼마나 알뜰하게 했는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살뜰히 챙겨서 낭비되는 예산이 없고 아껴도 구민 자녀를 위한 교육여건 개선에 투자할 돈이 정말 한 푼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대덕구청이라고 예산이 남아돌아 지원했겠는가. 요컨대 재정문제보다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의지의 문제다.
교육경비 지원은 다른 부분의 희생을 수반하게 된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다. 인재를 키우는 일이고 인재는 곧 대전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교육경비 확보도 제대로 하지 않는 자치단체라면 지역의 미래에 대해 더 이상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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