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前충남서예가협회장 |
신선국 왕은 이들을 처음에는 매우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들에 대한 왕의 태도가 돌변해 냉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반초는 신선국 조정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음을 눈치 채고 부하에게 이유를 알아보라고 하였다. 신선국의 동정을 염탐하고 돌아온 부하는 놀랄 만한 소식을 가져왔다. 신선국에는 흉노의 사신들이 군사 100명을 이끌고 와 있다는 것이었다. 흉노는 예부터 용맹한 유목민족으로 신선국이 매우 두려워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태도가 돌변한 것이었다.
흉노에 비해 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반초는 신선국이 자기들을 죽이지 않으면 흉노에게 넘길 것이라고 판단해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반초는 부하들을 모아 놓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 지금 가장 좋은 방책은 야음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것이고, 그것도 우리들의 병력을 흉노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불입호혈 부득호자 당금지계 독유인야이화공로 사피부지아다소:入虎穴 不得虎子 當今之計 獨有因夜而火攻 使彼不知我多少)”고 말하였다. 반초 일행이 그날 밤 강하게 부는 바람을 이용해 흉노의 숙소에 불을 지르자 삽시간에 흉노의 숙소는 불길에 휩싸이고, 군사들은 우왕좌왕했다. 반초는 이 틈을 이용해 흉노의 군사들을 모조리 살해했다. 이후 신선국은 반초 일행을 상전으로 모셨다고 한다.
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 得虎子)는 반초가 흉노의 병력에 비해 열세인데도 큰 모험을 걸고 흉노를 공격한 데서 유래한다. 많은 것 또는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큰 모험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후세사람에게 일깨워 준 고사다. 어려움에 두려워하지 말고 극한 상황에도 최선을 다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前충남서예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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