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그러나 요즘 복지기관과 시설의 7~8월은 '잔인한 춘궁기'라고 불린다. 연말연시에는 개인과 기관에서 보내오는 도움의 손길을 만날 수 있지만, 2/4분기와 피서철에는 이런 도움의 손길이 뚝 끊기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 기간을 '복지의 보릿고개'라고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취약 계층이 쌀과 라면 그리고 기타 생필품을 쿠폰으로 구입할 수 있는, 대전 시내의 한 푸드 마켓(food market)의 보고에 의하면, 지난 1/4분기에 비해, 2/4분기의 지원현황은 40%나 감소됐다고 한다. 수도권의 유통업체들을 통해 받아오던 지원이 중단된 것이 큰 원인이지만, '개미 군단'의 지원도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푸드 마켓은 저소득층에 있는,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를 원하지만, 지원할 수 있는 물품 때문에 이용 대상을 제한해야 하는 형편인데, 그 대상자들마저도 최근 원활한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이 푸드 마켓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은 한 달을 기준으로, 약간의 쌀과 라면 5개, 그리고 기업이나 가게에서 기부한 부식과 생필품이다. 시중의 가격보다는 낮게 책정됐지만, 이용금액은 2만원 정도라고 한다.
하룻밤에 몇 백 만원을 유흥업소에서 '기분 좋게' 쓰는 사람들에게는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 돈이 절실한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는 참 많다. 라면 5000개면, 한 달에 1000명의 이웃이 푸드 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이웃들이 적지 않게 있다. 다만 우리 눈에 드러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토니 캠폴로(Tony Campolo)라는 미국인 목사가 남미에 있는 가난한 나라 아이티(Haiti)로 일행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그는 영향력 있는 목사로서, 그 나라의 유력인사들을 만나고,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일정 중에 수도에 있는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람을 만나야 했다.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창 밖에 굶주린 아이들이 토니 캠폴로를 향해 간절한 눈빛으로 '1달러'를 달라고 구걸하였다. 그 굶주림으로 간절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는 마음이 불편해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재치있는' 웨이터가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리고는 “이젠 편히 드십시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블라인드를 내렸다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금 밖에 아이들이 없는 것인가?”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만석(萬石)꾼의 부자로 살아온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 중에는 검약과 이웃을 위한 배려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시집 온 며느리에게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한 것이라든지, 흉년에는 남의 토지를 매입하지 말 것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이 다시 생각하고 본받아야 할 삶의 태도다. 우리 주변에는 굶어 죽는 사람은 없는가? 블라인드를 걷고 우리 주변에 있는 간절한 눈빛들을 바라보자! 바라기는 라면 한 박스를 들고 팔월의 산타가 되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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