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한밭야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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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엔디컷]한밭야구장에서

[목요세평]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승인 2012-08-22 14:01
  • 신문게재 2012-08-23 20면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저는 제 나이와 관계없이 야구 경기장에 들어서면 12살로 되돌아가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꿈을 꾸곤 합니다. 우송대에서 무더운 여름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밭야구장의 한화이글스 홈경기에 초대할 때마다 나는 12살로 다시 돌아가곤 합니다. 한화이글스의 홈경기에서 시구할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습니다만, 이번 상대팀은 막강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여서 긴장이 됐습니다. 한화이글스는 이번 시즌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그 팀의 성적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음 시즌이 있기에 이 순간에는 야구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제가 이렇게 야구에 열광하는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하는데 내 DNA에는 그런 유전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미국 오하이오 신시내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신시내티와 야구하고 무슨 상관이냐고요?

신시내티는 미국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된 곳, 다시 말하자면 세계에서 프로 야구가 처음으로 시작된 도시입니다. 야구 시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아도 결석처리 되지 않는 그런 도시지요.

볼 연습을 하려고 스타디움에 있는 동안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 선수가 친절하게도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나에게 야구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을 때 나의 옛 기억은 신시내티로 돌아가 194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활약한 월드 시리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첫 기억은 장식용 깃발과 팬들이 지르는 소리였습니다. 나는 박찬호 선수와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1948년 베이브 루스가 죽기 바로 전 그를 만나보았다는 이야기와 현대 야구사의 큰 거인이었던 패트 로즈는 나보다는 훨씬 어리지만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박찬호 선수는 나의 어렸을 적 야구에 대한 열정을 정중하게 경청해 주었고 내 아내를 위해 부탁한 사인도 기꺼이 해 주었습니다.

박찬호 선수와 이야기를 끝내고 몸을 풀기 위해 한화이글스 선수에게 공을 던져 보았습니다. 15개에서 20개 정도 던진 것 같은데 공이 글러브에 닿을 때마다 산뜻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글러브를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몸이 제대로 풀렸고 이날을 대비해 몇 주간 비서와 함께 연습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을 끝마쳤을 때 투수는 “총장님이 투수해도 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내 옆에 서 있던 학생복지처장은 “와우! 76살이신데 너무 잘하시네요”라고 말했고 나는 구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녁 6시 27분에 심판이 나에게 마운드에 설 시간이라고 알려주었고 드디어 시구 순간이 왔습니다. 한화이글스 마스코트와 심판이 나를 에스코트 하는 가운데 마운드에 섰습니다. 셔츠 밑에 있는 방어 패딩으로 인해 커다란 몸이 더 커 보이던 심판은 웃음을 띠고 나를 보더니 마운드에서 던질 것인지 고무판에서 던질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물어볼 것도 없이 나는 웃으면서 “60피트에서 시도해보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답은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가 60피트 6인치이니까 단축거리가 아닌 정식거리에서 던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임이 오후 7시 정시에 시작돼야 하므로 로진백을 바를 겨를도 없이 손의 먼지를 턴 후 오른발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도록 약간의 홀을 팠습니다. 심판은 나에게 공을 건네주면서 일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나는 내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습니다. 비록 1950년 신시내티팀의 영웅 이웰 블랙웰이 아니고 그저 꿈을 이루려고 하는 한 대학교의 총장일 뿐이었지만, 공은 깨끗하게 글러브에 들어갔습니다. 스트라이크는 아니었지만 아주 빠르게 잘 들어간 공이었습니다. 플레이트 왼쪽으로 약간 빠졌지만, 포수는 쉽게 공을 잡았고 소리쳤습니다.

“대단한 공인데요.” 시구를 마친 저는 아내와 동료들,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우리가 한화이글스팀을 위해서 열심히 응원한 탓인지 한화이글스팀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롯데자이언츠를 4대 3으로 역전해서 이겼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주 달게 잠을 잤는데 그것은 이제 막 꿈을 이룬 12살 소년의 만족스러운 깊은 잠이었습니다. 초대받은 우리 모두가 야구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지만, 특히 저에게는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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