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현충원 박선숙씨 |
21일 대전현충원 내 복지관에서는 한 주부가 30여명의 참배객들에게 '새터민이 말하는 북한의 실생활'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997년 탈북, 2005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대전현충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선숙(40ㆍ가명ㆍ사진)씨다. 그녀는 최근 안보강연을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탈북한지 어느새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 북한의 상황과 지난해 탈북한 동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최근의 정황 등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사실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강연장에 설 때마다 박씨는 새로운 감회와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다. 북한에서의 굶주림과 탈북 후 겪어야 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탓이다. 박씨는 “당시 엄청난 흉년 등으로 배급이 끊겨 북한내 엘리트 계층이었던 우리 가족도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근에서 배고픔에 지친 노부부가 어린 아이를 잡아 먹어 사형당한 일도 있었다”고 탈북 당시 북한의 상황을 회고했다. 박씨는 이어 “살기 위해 탈북을 생각했다”며 “가족 모두가 탈북하려고 했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 자신이 먼저 탈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선을 넘는 탈북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씨에게 탈북을 권유한 선배는 자신을 중국인에게 팔아넘기려는 브로커였다. 그녀는 겨우 인근 야산으로 도망친 뒤 천신만고 끝에 만난 조선족 노부부의 도움으로 탈북 8년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그녀는 “당시 탈북자 중 70% 정도는 중국인들에게 팔려나갔고 최근에는 탈북시 1인당 400만원이 필요하다”면서 “모두 중국과 한국내 지인이나 가족들이 어렵게 돈을 마련해 이들을 탈북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 국민들에게 '안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씨는 “북한에서는 사상적으로 무장된 수십만의 병사들이 언제든 명령을 받들어 전쟁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군사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안보의식이야말로 그들에 맞설 최고의 방패”라고 힘 줘 말했다.
한국에 들어와 느낀 안타까움도 덧붙였다. 그녀는 “국민들이 안일한 안보의식 속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노력하는 만큼 잘 살 수 있는 조건 속에서도 자포자기 해버리는 나약함도 안타까운 모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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