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대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학생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해 입학사정관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가해학생이 '봉사왕'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 기막힌 현실은 우리 교육의 그늘을 돌아보게 한다. A군의 교사는 봉사시간, 관련 수상 경력 등을 이유로 추천서에 봉사 학생으로 추천했다. 학교는 물론 추천서를 써준 교사도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추천서를 써달라는 제자의 청을 거절하기 힘들었을게다. 그래도 스승의 본분을 지켰어야 했다. 제자가 잘못된 길을 가면 꾸짖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말이다. 때문에 추천서 작성을 단호히 거부했어야 했다. 재판중이었다는 변명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범죄 사실은 명백한 팩트였으니까. 교사의 본분을 저버린 이 같은 행위의 결과는 아주 심각하다. 제자의 앞길은 망가져 버렸고, 교사는 교사대로 허위 추천서를 써 부정을 저지른 교사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재학생들은 부끄럽다고 하고, 학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단체들은 “관련 교사와 학교장 등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5년을 맞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는 대학은 2013년도 수시 전형모집에서 125곳이고 이중 30곳은 전체 모집 인원의 24.5%를 이 전형으로 선발한다. 평가기준은 수학능력(내신)과 리더십, 잠재능력, 봉사정신, 문화친화력 등이며, 올해엔 인성 평가가 포함됐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서류)다. 대내적으로 이뤄지는 평가는 사실상 학교와 담당 교사에 의해 좌우된다. 이번 일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합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허위 증명서를 작성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숨기는 비교육적 행태가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는 업체와 인터넷사이트가 '대목' 때마다 활개치고 있다. 전직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컨설팅 장사를 하다 적발될 정도다. 이것이 현실이다.
뽑아놓기만 하고 검증을 소홀히 한 대학에도 문제가 있지만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숱한 지적에도 꼭꼭 귀 막은 교육당국의 잘못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처럼 학생과 교사가 허위 자료를 제출한다거나 수상 실적, 봉사활동시간 등을 조작한다 해도 검증해내지 못한다면 그런 허술한 제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대학 및 교육당국의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다양하면서 안정돼 있다. 버클리대학은 13개항목으로 서류심사를 하고 90여명의 직원이 사정을 하며 지원학생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면밀한 사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MIT도 학문인, 비학문적요인으로 나눠 선발하는데 30명 이상의 정식직원에게 사정을 맡기고 지원자의 인터뷰를 도와주는 협력자들이 2500명 투입된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들은 비교과에서 인성 및 적성을 중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정관제의 취지에 맞게 선발하고 있다. 답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교육당국과 대학, 일선학교, 교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 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헤쳐야 한다. 학교와 교사의 결정과 판단을 믿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 제도적인 보완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내신과 교사 추천서도 믿지 못하게 된 현실부터 시급히 고쳐야 한다. 그래야 이 제도로 합격한 학생들이 떳떳해지고 신뢰가 쌓이는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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