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푸르던 들판엔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가 들어섰고 그나마 남아있는 논에는 이런저런 농약이 뿌려지고 있어서 요즘은 메뚜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녘에서 벼 잎이나 벼 이삭 사이를 폴짝폴짝 뛰거나 연노랑과 연초록 날개를 펼치면서 여기저기 날아다니곤 하였다.
알 실은 메뚜기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아서 가늘고 긴 강아지풀로 꿰미를 만들어 가져와서 구워먹기도 하였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메뚜기를 길러서 식용으로 기름에 볶아서 팔기도 하였다.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침이나 코를 흘리는 아이들을 위해 메뚜기를 구워 먹이기도 하였다.
메뚜기를 잡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메뚜기가 잡힐 것을 알아차리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가 하면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메뚜기 다리에는 날카로운 까끄라기가 있어서 찔리기도 했고, 잡자마자 입으로 찐득찐득한 액체를 뱉어내는 바람에 손바닥에 들러붙기도 하였다. 방아깨비 또한 메뚜기와 같이 인기가 좋았다. 방아깨비는 메뚜기보다 네다섯 배는 크고 튼실하였다. 알 실은 방아깨비는 구워먹기도 하였다. 방아깨비를 잡아서 긴 다리를 잡고 있으면 마치 디딜방아를 찧는 것처럼 몸 전체를 쉼 없이 까딱까딱 하였다. 방아깨비의 방아 찧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더운 여름이 쏜살같이 지나가곤 하였다.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연례행사처럼 해왔던 곤충채집 숙제를 하느라고 메뚜기나 방아깨비 등을 잡아서 주사기와 알코올을 가지고 분주했던 기억 또한 새롭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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