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현충관 지킴이 배롱나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민병원]현충관 지킴이 배롱나무

[중도마당]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2-08-20 14:17
  • 신문게재 2012-08-21 20면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옛날 시집가던 신부가 쓰던 분홍색 족두리 수천 개가 달린 듯한 나무 두 그루가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관 앞에 서 있다. 약 5m 높이의 나무에 수 만 송이 분홍색 꽃이 눈부시게 활짝 피어 가까이서 보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이 나무는 7월부터 꽃 봉오리들이 차례로 피면서 9월까지 백일동안 피고 진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다. 꽃말은 '떠나는 벗을 그리워하다'인데 고인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진행하는 현충관 앞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 '이별'을 나타내는 꽃말과 부합된다.

현충관에서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예를 선양하기 위해 1일 합동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자랑스러운 아버지, 남편,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곳으로 종교의식, 헌화와 헌시 낭송 등의 의식이 거행되며 영정사진과 유골함을 끌어안고 그리움에 눈물 흘린다. 또한 현충관 앞에 수호신상처럼 서 있는 거대한 분홍색 꽃나무를 보면 고인의 영광스런 영예와 아름다운 곳에서 영면하게 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만개한 선홍빛 꽃송이들을 헤치고 배롱나무에 한발 두발 가까이 다가가 보면 껍질이 벗겨져 있는 기둥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거짓과 허울을 모두 벗어던진 탈속자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선비들은 배롱나무를 향교나 서원, 집 뜰에 심고 가까이하며 청렴의지를 다지고 관직에 나가더라도 청백리를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청렴을 꼽았다. 청렴은 맑을 청(淸)과 청렴할 렴(廉)이 합쳐진 말로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나타내는데 공직자의 기준으로 말하면 개인적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청렴은 옛날 청백리에서 유래했다. 청백리는 조선시대 선정을 위해 청렴결백한 관리를 양성하고 장려할 목적으로 시행한 표창제도로 청렴하고 근면한 관리인 염근리(廉謹吏)와 청백리에 선정된 사람을 말한다. 생존 시 염근리에 선정된 사람은 본인에게 재물을 내리거나 관직을 올려주고 적장자나 적손에게 재물을 주거나 관직에 등용하였다. 청백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관리에게 올바른 자세를 일깨우며 탐관오리에게 자극을 주어 정화하는 기능을 발휘했다.

'청백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백비(白碑)다. 비석에는 글자가 쓰여 있어야 하는데 하나의 글도 쓰여 있지 않은 비석이 백비다. 글자 없는 비석을 비석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석재를 비석모양으로 잘 다듬어 무덤 앞에 세워놓았으니 비석이긴 하다.

이 백비는 조선시대 명종이 세우라고 지시하여 전남 장성 박수량 묘비 앞에 세워졌다. 박수량은 조선시대 3대 청백리 중 한 명으로 호조판서까지 역임했으나 너무 검소해 세상을 떠났을 때 상여를 멜 돈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명종이 비를 하사하며 “그의 청렴함을 비에 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렴함을 잘못 아는 결과가 될지 모르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고 명해 백비가 세워지게 되었다.

전남 장성에 세워진 백비는 백성을 살찌우는 참다운 청백리 정신이 무엇인지 후세대에 표상이 되고 있다. 부정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고자 우리는, 뜰에 배롱나무를 심고 청백리 의지를 다졌던 조상들의 청빈한 마음과 박수량의 백비를 되새기면서 청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공정하고 선진화된 사회를 만들려면 청렴이 국민의, 공직자의, 청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부정부패 없이 약자에게도 기회가 균등하여 경쟁력 있는 밝은 사회를 만들려면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오늘 현충관 앞에 활짝 핀 배롱나무처럼 청렴의 꽃이 대한민국에도 활짝 피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5.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