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같지만 다른, 투시 능력자의 의미 있는 동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석훈]같지만 다른, 투시 능력자의 의미 있는 동거

[사이언스 칼럼]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

  • 승인 2012-08-20 14:17
  • 신문게재 2012-08-21 21면
  • 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
▲ 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
▲ 이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
TV 다큐멘터리에서 하반신 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의 등에 업혀 목적지까지 함께 동행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모습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건강한 다리를 제공하는 대신 상대를 통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걷지 못하는 하반신 장애인은 건강한 시력을 제공하는 대신 상대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각자의 단점을 서로의 장점으로 극복해 인생을 항해하는 모습에서 시너지효과란 단어를 떠올린다면 너무 상투적일까?

투시 능력이 없는 사람의 눈을 대신해 불투명한 물체를 넘어 사물의 내부조직을 관찰하는 장비로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자기공명영상장치)와 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투과전자현미경)이 있다.

MRI는 물()성분의 하나인 수소원자(H)의 핵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 핵 진동을 일으키고 여기에서 방출되는 신호를 처리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비로 개체단위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따라서 뇌, 혈관, 연골조직 등 수소가 많은 연조직 촬영에 적합해 뇌혈관질환이나 심근경색 등의 질병진단에 이용된다. 자기장을 이용해 수소환경 변화를 영상화하는 MRI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관찰할 수 있지만, 영상의 해상도는 수 ㎛ 수준이다. 따라서 세포단위 이상 개체에서 질병유무나 치료효과 등의 판독에는 유용하지만 세포간 또는 세포내 소기관들간의 물질이동 및 변화 메커니즘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원리의 분광장비인 NMR(Neutron Magnetic Resonance:핵자기공명장치)은 수용체 속에 있는 단백질을 대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분자량이 적은 단백질의 구조분석에는 매우 유용한데 비해 분자량이 큰 단백질의 경우 측정시간이 길고 측정과정에서 단백질의 움직임이 커서 구조분석이 용이하지 않다.

TEM은 가속전자를 시편에 조사해 시편구성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거쳐 빠져나온 전자를 처리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비로 시편의 내부구조를 원자단위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따라서 세포 내 여러 소기관들 각각의 구조분석 또는 상호관계 규명 등 분자수준에서의 연구에 이용된다. 전자와 구성원자간의 상호반응 결과를 영상화하는 TEM은 원자 및 분자수준 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전자의 진행경로 상에서 다른 원소들에 의한 산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진공상태로 유지된다. 따라서 분석 대상을 건조 또는 동결시켜 주입해야하므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관찰할 수 없다. 또한 인체조직 등 유기체의 경우 수소, 탄소 등 경원소로 구성돼 있어 전자와의 상호반응 신호가 미약해 분자량이 적은 단백질의 경우 대조도가 낮아 주변 물질과의 구별이 어려워 분석이 곤란하지만, 분자량이 큰 단백질의 경우는 두께가 두꺼워 상대적으로 대조도가 높아져 구조분석이 용이해진다.

MRI와 TEM은 인체조직을 대상으로, 불투명한 물질의 내부를 확대해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관찰대상이 살아 있는지, 작은지, 큰지 등의 차별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성은 각각의 단점이 상대방의 장점이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전자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TEM은 유리렌즈 대신 자기장렌즈를 사용해 전자빔의 초점을 조절한다. 따라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기장은 자기장렌즈의 역할을 방해하기 때문에 주변에 자기장 발생요인이 있으면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고자기장을 사용하는 MRI와는 인접해서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은 기술적인 문제로 두 장비가 한 지붕 아래에서의 동거는 힘들겠지만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는 기술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는 있다. 특히 기초(연)에서는 이미 MR과 EM을 융합이미징장비운영본부에 소속시켜 놓았고, 세계 최고성능의 장비인 3T 및 7T 휴먼 MRI가 2013년에, 바이오 전용 HVEM이 2015년에 설치 예정으로 있어 하드웨어는 구축돼 있다. 이제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항해할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진정한 융합연구의 시너지를 발휘해야 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결국 '결별'…대전 둔산2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두 곳 출범
  2.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3. 한국행정학회, '세종시=행정수도' 지위 확보 방안 찾는다
  4. 세종 교사노조-시의회, 교육 환경 개선 나선다
  5. 종촌종합복지관,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웃기는 경매' 개최
  1. 한국중부발전 세종본부, 저소득 아동에 문화상품권 기부
  2. 30살 맞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과 자치 한길"
  3. 황웅환, 세종YMCA 제7대 이사장 취임
  4. 천안시장 권한대행 김석필 부시장, “행정 공백 최소화 집중”
  5. 대전 서구, 장애인 평생학습 활성화 위한 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수년째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신탄진~계룡)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전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과 관련해 후속 공정을 추가한 총사업비를 두고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장물 이설 공사비 증가에 설계적정성 검토를 다시 받으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졌다. 여기에 최근에 신규..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여 동안 30~40%가량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등 지역이 '풍선효과' 수혜를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상승해 전주(0.04%) 대비 무려 6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 집값은 지난주 70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우리나라 괘불도 양식의 시초로 평가받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도(掛佛圖)'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할 때 거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현재 전국에 약 120여 점이 전하며, 이 가운데 국보 7점, 보물 55점이 포함돼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화기(畵記) 등 기록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