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자 충남도내 모든 경로당에 냉방비 지원을 했다. 이에 힘입어 폭염 쉼터 기능은 어느 정도 감당했지만 노인 특성을 고려한 쾌적한 경로당 환경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농촌지역에서는 심지어 기준치의 3배에 달하기도 했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충남의 현주소가 이렇다.
충남도내에서도 15년 전 주택관련법 시행 이후 경로당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중 건축연도가 오래돼 낙후된 시설이 상당수에 이른다. 대개 소규모 경로당, 농촌 경로당일수록 열악하다. 천안지역도 성남면, 수신면, 목천읍, 동면 등 농촌지역이 상대적으로 기준을 초과한 예가 많다.
경로당은 노인들이 매일같이 찾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다. 통계상 이들 중 20% 이상이 홀로 사는 노인으로 의료 혜택을 변변히 받지 못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개인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줘야 하는 이유다. 조사에서 빠진 미등록 경로당의 사정은 이보다 딱하다. 건강만이 아닌 화재 등에 무방비인 취약한 안전도 문제다.
특히 이용 노인들이 취사를 하는 주방의 청결 상태는 물론 식재료 관리, 남은 음식물 처리 등도 허술하다. 농촌에서는 조리장에 농약을 보관하다 불의의 사고가 난 일도 있었다. 세균 측정뿐 아니라 식품 안전과 건강 체크 등 전반에 걸쳐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환경 기준치를 초과한 곳을 우선해 지자체에서 거실 및 주방, 화장실 보수 등의 사업도 함께 펼쳤으면 한다.
이번 조사를 조사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경로당이 편안한 휴식과 여가가 있는 다기능 공간의 기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질병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최적의 공간이 경로당이어야 한다. 전체 경로당에 대해 위생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측정만이 아니라 위생 소독, 전염병 예방 등 후속조치를 다하기 바란다. 노인인구가 많은 충남이 경로당부터 노인복지의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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