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볼 스페셜리스트'. 흔히 공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정확하거나 날카로운 킥으로 득점 상황을 이끌어내거나 자신이 골을 넣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별명이다.
일반적으로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나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이 별명이 적합한 선수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정확한 킥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김형범(대전시티즌)을 꼽을 수 있다.
잦은 부상으로 최근까지 고생했던 김형범은 올 시즌 전북에서 대전으로 임대되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덕분에 태극마크의 기회도 4년만에 찾아왔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그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린 잠비아전에 옛 제자인 김형범에게도 기회를 줬다.
비록 전성기만큼은 아닐지라도 최근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표팀에 소집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정확한 킥 하나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자신있는 김형범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김형범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줬다. 경쟁선수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김형범도 스승의 신뢰에 보답하고 싶었다.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주어진 시간은 전반 45분. 김형범은 이 시간 동안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 상대 진영을 누비고 다닌 것과 함께 대표팀의 전문 프리키커로 활약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승기(광주)와 교체됐지만 전반 16분 정확한 프리킥으로 이근호(울산)의 선제골을 만들어내며 제 몫을 다했다.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던 2008년 11월 이후 4년 만의 태극마크였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기억은 아니었다.
잠비아전을 마친 뒤 김형범은 “최강희 감독님께서 부상의 우려도 있으니 하던대로 하라고 주문하셨다”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편하게 차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달아보는 태극마크지만 김형범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강등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소속팀의 상황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있는 만큼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는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히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서 경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비록 당장의 대표팀 욕심보다는 소속팀의 강등권 탈출에 집중하겠다는 김형범이지만 4년 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의 얼굴에서는 부상에 시달렸던 어두운 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는 자신감이 뚜렷하게 비쳤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