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동 유성한가족 진료부원장 |
치매환자의 치료 관리에 소요 되는 비용은 점차 가중되고 있으며 중증치매환자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증치매환자의 2배 이상의 비용이 소모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제 사회적 비용을 떠나서 치매환자가 환자 가정에 주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중증치매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가정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러한 치매는 정말 불가항력이고 죽음만을 기다려야 하는 질환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비록 만성퇴행성 질환의 일종으로 그 진행이나 발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나 최근의 여러 가지 약물들과 환자관리의 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치매의 발병 및 진행을 늦추고 가족들과의 좋은 추억을 남기면서 생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뇌졸중이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면 치매는 서서히 발병하고 계속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군이다. 치매는 정상적이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뇌에 발생한 여러 가지 질환으로 인하여 여러 인지 기능을 상실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치매라는 용어자체는 질병의 명칭이 아니다. 기침이나 가래가 감기, 폐렴, 기관지염, 천식 등 여러 가지 질병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증상인 것처럼 치매는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알츠하이머병, 뇌경색, 교통사고, 뇌염, 뇌암, 갑상선기능이상, 비타민 B12결핍 등)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치매는 인지의 여러 영역에 걸쳐 그 기능을 감소시킨다. 기억장애는 초기에는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시작해 점차 오래된 일들을 잊게 된다. 치매는 언어영역에서도 장애를 가져 온다. 단어를 점점 잊어버리게 돼 사용하는 단어의 숫자가 줄어들고 발음이 또박또박하지 않으며 복잡한 대화를 할 수 없게 되고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더욱 진행되면 이치에 맞게 이야기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일상생활의 실행능력이 떨어지게 돼 옷차림에 관심이 적어지고 처리해야 할 복잡한 일을 회피하며 집청소나 간단한 수리 등을 잘 못하게 된다. 더욱 심해지면 옷을 입는다든지, 숟가락을 사용하는 등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동작들에도 장애가 생긴다. 공간감각 등도 떨어져 집을 못 찾고 헤매며 배회하기도 한다.
치매는 환자 자신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가족들은 치매 환자로 인해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 외에 수치감, 우울감, 죄책감, 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환자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모든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치매는 다양한 원인과 경과를 가진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다. 또한 완치가 불가능한 퇴행성 치매라 하더라도 질환자체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으나 최근에 만들어진 다양한 약물과 치료법 등을 통해 병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병의 진행, 증상발현을 늦추고, 인지기능을 개선하고 문제행동의 개선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 정부는 2차 국가치매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늘어나는 치매환자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정말로 시급한 사항이다. 정부는 치매의 조기검진을 통해서 치매환자를 빨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경증에서 중증으로 진행을 늦추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건강검진의 검사 문항을 확대하고 검진연령을 66, 70세, 74세로 했다. 치매약물은 비교적 고가의 약물이나 저소득층 치매환자에 대해서는 치매치료관리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가족들이 돌보기 어려운 치매 환자들은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고 이에 따라 시설에 입소 또는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치매는 걸리면 죽을 때만을 기다리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누구나 치매는 걸릴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며, 악화를 막을 수도 있는 질환이다. 숨기거나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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