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헌 변호사 |
한편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우리 선수들은 매경기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역도의 장미란 선수는 부상후유증과 체력의 한계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재혁 선수 또한 메달에 대한 의지 하나로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다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부상병동인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 체력이 고갈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여자배구 선수들의 투혼, 여러 비인기종목에서 묵묵히 선전한 선수들의 노력 등은 우리 국민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모여 우리 선수단은 역대 최고성적이라 할 수 있는 종합 5위의 놀라운 성적을 이뤄낼 수 있게 되었다. 경제력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있어서도 세계적 강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오심픽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이번 올림픽은 오심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우연이라 하기에는 뭔가 미심쩍을 정도로 우리 선수단에 유독 오심이 많았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 유도의 조준호 선수에 이어 펜싱의 신아람 선수에 이르러 오심의 정점을 찍었다. 한 선수가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이 한 순간의 오심으로 꺾이게 된다면 그 선수는 평생 그로 인해 좌절에 빠질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명백한 오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올림픽위원회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권도 경기에서 보여준 심판들의 절도 있는 모습은 그나마 올림픽의 권위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 오심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낀 감정은 세계적인 경기력에 비해 우리 체육회나 각종 협회의 행정력, 외교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아람 사건의 경우에 보여준 대한체육회와 펜싱협회의 엇박자 행보, 선수가 납득하지 못하는 특별상 수여논란 등은 국민의 이맛살을 찌뿌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신아람 선수 개인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다. 체육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어와 국제경기규정, 경기력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전문가를 중장기적으로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문제상황대처능력을 키워야 하고 적극적으로 주장을 전개해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저 기다려보다 규정상 안된다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었나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한·일전에서 박종우 선수가 관중들이 건네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뛴 세리머니로 인해 동메달 수여가 보류되었다. 물론 이 문제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오심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 처리과정을 우리 국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정당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한다면 선수들이 애써 성취한 노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스포츠 강국에 걸맞은 행정력과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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