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도 '융합형' 뜬다

방과후학교도 '융합형' 뜬다

텃밭 동아리가 키우고…대장금 요리반이 만들고… 봉사반 학생들이 독거노인에 전달

  • 승인 2012-08-15 13:12
  • 신문게재 2012-08-16 1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방과후 학교 충남교육의 혁신을 주도한다] 13.순성중학교

당진시 순성면 봉소리, 짙은 녹음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언덕 위에 학교가 있다. 뜨거운 여름에도 교사(校舍)는 도색작업과 교과교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순성중학교(교장 이춘희)다. 6학급인 순성중의 방과후학교는 특히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전교생 125명에 그 수는 27개나 된다. 순성중은 학교와 지역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활용해 수요자 중심의 '3+2 맞춤형 연중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은 아침, 오후, 야간 방과후학교를, '2'는 토요 및 방학 방과후학교를 뜻한다.


▲아침방과후 교실=오전 8시 전부터 순성중의 아침은 탁구와 농구 등의 스포츠 활동으로 떠들썩하다. 8시 20분,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30분간 아침 방과 후 학습을 한다. 요일별로 한자 쓰기, 독서, 사설읽기를 운영한다. 순성중의 자랑은 한자 쓰기다. 벌써 3년째 아침마다 5개 교과서에 나오는 핵심 한자어를 익히고 있다. 교과서 중심용어의 대부분이 한자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우진용 교감이 교사들과 함께 한자 쓰기 자료를 만들었다. 각 교과에서 100개 정도의 핵심용어만 이해해도 학습효과가 뛰어나다. 이 자료는 『한자어에 숨은 공부비법』이란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독서인증 300 프로젝트'는 학년별 100권씩 3년간 300권의 책을 읽도록 권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책이름과 지은이, 쪽수 등이 기재된 개인별 '독서통장'도 있다. 화, 수요일에 아침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수요일 독서퀴즈 이벤트, 밤을 새우며 책을 읽고 토론하는 1박 2일 달빛독서 캠프도 운영 중이다.

▲오후와 야간방과후 교실=정규교과가 끝나면 학생들은 교과와 특기적성으로 구분된 오후 방과후교실에 참여한다. 학력증진을 위한 교과탐구반은 5개 교과를 대상으로 주 5시간을 운영한다. 특기적성반에는 과학영재반과 청흥둥당 음악반이 있다. 학력부진 학생을 위해서는 푸른밤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농촌학교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력이 뒤처진 학생들이 이를 만회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푸른밤 공부방에는 수업반 외에도 무학년 자기주도학습반이 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은 바람직한 공부법이다. 지도교사가 계획과 실행 방법을 도와주고 있다. 자기주도학습반의 대부분 학생이 성적이 향상되고 있어 확대할 예정이다.

▲토요방과후의 빛나는 성과=순성중의 토요일은 평일보다 활기차다.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축구와 농구로 땀을 흘리고 한쪽에서는 난타반의 북소리가 우렁차고 댄스반의 음악이 교정을 울린다. 아래층에서는 가야금의 선율이 애잔한데 가사실에서는 요리 냄새가 피어오른다.

토요 방과후학교는 축구와 농구ㆍ배드민턴의 스포츠 동아리, 록밴드, 난타, 요리, 공예, 등산, 애니메이션, 댄스 등의 특기적성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다.

EN.Gene(English 유전자) 영어반, 즐거운 수학동아리, SMS 과학반, 꿈틀꿈틀(꿈을 담는 틀) 논술반 등의 특성화반도 있다. 애니메이션은 외부강사가, 난타반은 인근 자강산업의 강사비 지원으로 전문가가 지도하고 있다. 난타반은 학생만이 아니라 자강산업의 사원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 학생과 지역민이 함께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대를 쌓고 서로 이해하는 효과도 있다.

▲지역기관과 연계한 방과후학교=방과후학교의 앞으로 발전은 지역이나 타 기관과의 연계성에 있다. 학내 방과후학교는 강사 수급이나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종목 선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순성중은 방과후학교 활성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했다.

'당진청소년 문화의 집'에서는 매주 토요일 농구반과 록밴드 반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록밴드는 학교에서 악기 구매나 강사 조달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역기관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농구반은 농구를 전공한 지도교사가 직접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

순성농협은 체험학습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마중물 통장' 협약식을 맺고 매년 신입생들에게 2만원이 든 통장을 주어 저축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있다. 10년 후 사회에 나갈 때 종자돈을 준비하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순성 농업인 상담소는 텃밭동아리의 기술 자문을 맡고 있다. 호미 사용법, 김매기, 물주는 법, 순 자르기 등의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친다.

▲노작과 봉사의 융합형 프로그램=순성중은 '학교 숲 가꾸기'로 텃밭을 조성하고 반별로 텃밭동아리를 결성했다. 반마다 회장과 부회장, 농사일지 기록, 김매기, 물주기 등으로 편성했다. 올해 처음으로 하는 텃밭 가꾸기는 성공적이었다. 가뭄이 길어 거의 매일 물을 주어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텃밭으로 달려갔다. 김을 매고 호스와 조루로 아침마다 물을 주어 첫 농사치고는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었다. 이를 비닐포장에 담고 순성중 상표를 만들어 붙여 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요리 동아리인 '대장금 요리반'은 노인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과자를 구워 텃밭에서 나온 농산물과 함께 독거노인과 아셀복지원에 전했다.

처음으로 시도된 융합형 프로그램은 노작 활동으로 생산된 농산물과 대장금 요리반이 만든 요리를 봉사반 학생들이 독거노인과 아셀복지원의 노인분들에게 봉양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인성을 바르게 함양하고, 서로 돕고 나누며 산다는 마음을 갖도록 했다. 노작 활동과 요리동아리를 봉사와 연계한 융합형 방과후학교 활동은 발전 가능성이 많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이춘희 교장은 “방과후학교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가는 만큼, 학생들의 꿈을 위해 방과후학교 운영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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