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찬란했던 그 시절의 '소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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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찬란했던 그 시절의 '소년시대'

다큐멘터리 1세대 작가 최민식 사진전 내달 5일까지 롯데갤러리

  • 승인 2012-08-15 13:04
  • 신문게재 2012-08-16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아낙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선 채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국수를 먹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 우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 누이, 판잣집에 기대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의 함성, 남부끄러운지 모르고 홀딱 벗은 채 카메라를 향해 지은 어린이들의 함박웃음….

▲ 부산 1968
▲ 부산 1968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 대신 사진을 통해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는 있다. 그들이 입은 옷, 그들이 파는 생선, 무엇보다 그들이 짓는 표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유추하고 그들의 삶을 떠올린다. 사진이라는 기록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가 최민식(84)의 사진은 살아있다.

꾸며내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특히 체험이 더해져 인간적이다. 이제는 만나기 힘든 1950~1970년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 '소년시대'라는 타이틀로 다음 달 5일까지 대전 롯데갤러리에 전시된다. 작가는 반세기 넘게 부산 곳곳에서 서민들의 삶을 포착해왔으나 이번 전시에는 소년 소녀를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150여 점의 아이들 사진, 그중에서도 처음 발표되는 130여 점의 사진들에서는 그 누구보다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확고히 와 닿는다. 자갈치시장, 부산역, 광안리와 영도 일대에서 만난 소년소녀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작품 속에 짙게 묻어난다.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적나라하면서도 따듯한 체온이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국수를 먹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시선에서, 가녀린 누이의 등 위에서 젖을 찾는 아기와 그 아이에게 젖을 주기 위해 부끄러움도 잊은 엄마의 마음에서 살기 어려웠지만, 자식부터 거두고 먹였던 절절한 사랑이 묻어난다.

또 우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 누이의 손길에서부터 업고 이며 동생을 길러낸 수많은 우리 형제, 자매들의 모습까지, 지독히 가난했지만, 뒷골목을 주름잡으며 세상에 부러울 것 없었던 골목대장들의 익살까지 처절한 기록들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 아이들과 1980년대의 아이들. 작품 속에는 옷이 조금 더 남루하거나 꾀죄죄하고 얼굴에 땟국물이 흐르기도 하지만, 가난도 앗아갈 수 없는 아이들의 천진함을 담았다.

그러나 판잣집에 기대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의 함성, 남부끄러운지 모르고 홀딱 벗은 채 카메라를 향해 지은 함박웃음, 자신도 꼬마면서 동생을 업고 친구 따라 냅다 내달리는 누이의 악착같음은 세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번 전시의 백미(白眉)다.

한편, 1955년 일본 도쿄의 중앙미술학원에 다녔던 최민식은 헌 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겐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접한 뒤 사진으로 방향을 틀고, 60년 가까이 이 땅 겨레들의 삶을 가감없이 기록해왔다. 그의 관심사는 늘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8년에는 자신의 사진원판 10만여 장과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놓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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