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대전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한 일본인 모임인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 100여 명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허리굽혀 사죄하고 있다. 김상구 기자 ttiger39@ |
“죄송하다는 말로 상처를 씻을 순 없겠지만, 역사적 진실을 알고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제6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대전역 광장에서 60여 명의 일본 여성들이 지나는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결혼과 함께 이주해 대전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이들의 고개 숙임과 동시에 대전역 광장에는 '사죄합니다'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 죄를 사죄합니다.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에 사죄합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재한 일본인 여성들로 구성된 '한일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기 위해 마련한 집회였다.
이들은 한·일 양국의 국기를 양손에 들고 시민들 앞에 섰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신뢰와 우호의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갑시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들렸다.
한 여성이 나지막히 사죄문을 읽어내려갔다. 이들은 사죄문을 통해 “우리는 한국에 살며 과거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이웃나라인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역사적 진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은 당사자만 아는 고통이었고, 그 한의 그림자를 씻지 못한 것에 같은 여성으로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한일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은 지난 5월 결성돼, 현재 대전과 충남에서만 60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이 모임은 이날 대전을 비롯, 전국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대전지역 회장인 우에노마끼꼬 씨는 “우리는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교육 받지 못했고 남편의 나라에 와서야 사실과 다른 역사 인식을 깨달았다”며 “돌이킬 수 없는 역사지만 마음으로라도 나라를 대신하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공감대를 갖게 됐다”고 집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대전역 광장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광장을 지나던 류모(63ㆍ중구 옥계동) 할머니는 “사죄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며 “이웃나라로서 일본도 역사적으로 풀 문제는 하루 빨리 풀고 서로 적대시 하지 않고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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