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옥환 KISTI 슈퍼컴퓨팅센터 박사 |
여러 경기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에 3개의 금메달을 선사한 자랑스런 남녀 궁사들이 화살을 한발 한발 쏘아 보낼 때마다 온 국민의 시선이 하나 되고, 긴장감과 환호성의 교차 속에서 극성스런 여름밤 무더위를 모두 잊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난 수년 동안 나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활동으로 자리잡은 우리 활인 국궁을 많은 시간을 들여 습사하며, 화살을 쏘기 전의 마지막 단계인 일관성 있는 밀고 당기는 힘의 균형감각 유지의 중요성과 그 어려움을 깊이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궁은 활과 화살 사이에 사람의 몸과 마음이 끼어 하나가 돼 145m 먼 거리에 있는 과녁에 화살을 정확히 보내 적중시키는 운동으로 균형감각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밀고 당기는 힘의 동적인 싸움에서 균형을 최적으로 유지하여 현의 팽팽함을 느끼며 발사하면, 화살에 힘이 배가되어 심한 바람이 불 때 조차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물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간다. 그리고 과녁에 '팍'소리를 내며 맞고 튀어올라 은빛 아치를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멋진 그 모습은 궁사들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깊은 감동을 준다.
그런데 문제는 힘의 균형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그날 그날의 생체 리듬과 컨디션, 정신상태에 따라 균형감각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그러니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알고, 주어진 변화의 조건에서 조심 또 조심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발사하는 것이 국궁에서는 관중률을 최대로 높여주는 방법인 것 같다. 균형감각을 잘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비단 활쏘기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사회 활동에 있어서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해줄 수 있다.
나는 지난 30년 이상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국가가 요구한 국내 최초의 국가슈퍼컴퓨팅, 국가연구망, 국가e-사이언스 등의 대규모 첨단과학기술인프라 구축개발을 수행해 오며,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과 도전, 그리고 많은 보람을 경험한 매우 바쁜 직장 생활을 해왔다.
나의 오랜 연구소 생활을 돌이켜 보아도 연구실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끝없는 자기 개발, 그리고 가정과 사회 생활 사이의 적정한 균형점을 유지하려고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해온 시간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시기에 따라 그 균형점은 왔다 갔다 변화하며 한쪽으로 더 치우칠 때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변화의 균형감각을 나름대로 잘 유지해 오늘날 직장과 가정에서 비교적 건강한 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모든 일들이 “1” ,“0” 형태의 이분법 적으로 딱 정해지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적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부단한 노력, 그리고 이를 서로 존중해주는 풍토들이 정착될 때, 이 사회가 더욱 여유롭고 건강하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균형감각이란 일종의 동적인 개념으로 양쪽의 중간지점에 가만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을 가지고 양쪽을 왔다 갔다하며 끊임없이 최적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했다. 우리도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 모든걸 흑백논리나 행복, 불행 등의 이분법으로 딱 부러지게 나눠 버리거나 중간만 고집하지 말고, 최적점을 향해 유연성을 가지고 함께 천천히 노력하며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중에 조급함을 줄이고 자기만의 균형감각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계속 해 나간다면, 언젠가 사회의 정의 편에 서 있는, 그리고 행복한 삶의 편에 위치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주말에도 나는 계룡산 줄기의 수통골 부근에 위치한 나의 활터 무덕정에 나가, 활쏘기와 함께 마음의 평온과 균형감각을 익히고 느끼면서, 세상과 나를 생각해보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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