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공연 관람이냐고 생각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문화바우처 사업을 알고, 난생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성악을 감상하기 위해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공연이 끝날 때 우리 가족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잊을 수 없는 감흥이었다.
저소득층에게 연간 5만 원의 관람료를 지원하는 문화바우처 혜택을 본 박민아 씨의 소감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장벽 중 하나가 소외 계층 앞에 놓인 문화적 장벽이다.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증대되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생계 문제의 해결과 달리,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 소외 현상은 아직까지 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전지역 문화카드 발급률은 100%인 점과 달리 올해 현재까지(7월 말 기준) 72%에 불과하다. 문화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게 공연, 전시, 영화, 도서 등의 관람이나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문화 바우처' 사업의 일종이다.
지난해 문화카드를 발급한 이용자는 가까운 문화센터나 ARS를 통해 재충전이 가능하지만, 사업에 대한 이해와 문화의식이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발급률은 낮은 실정이다.
대상자들이 카드 발급을 위해 어려운 가정형편을 고스란히 남에게 보여야 한다는 점도 한가지 이유다.
지역 소외계층에게 문화는 여전히 멀리 있는 셈이다.
일부 대상자들에게는‘문화 바우처 카드제’가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한다.
문화바우처 혜택을 받는 소외계층은 실제 문화카드를 발급받더라도 가맹점이 거의 없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문화활동을 할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문화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문화카드 가맹점 등을 확대해 문화바우처 이용을 독려하거나, 고령자들을 위한 문화바우처 사용처, 기획 프로그램 등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어 소외 계층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상균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은 모든 생활의 밑바탕이 된다”며 “문화바우처 사업은 지역 소외계층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해 문화의 벽을 허물고, 삶의 질을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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