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현 닷찌플리마켓 대표 |
때론 관객지향적인 할리우드의 영웅주의식 영화들은 선악의 뚜렷한 대립, 패권주의 등 화려한 영상의 이면에 또 다른 의식들이 숨어 있기도 하며 이와는 달리 내면 깊은 곳에서의 울림을 주는 영화들을 접할 때면 이름조차 모르는 감독의 얼굴을 새삼 궁금해하고 영화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이렇듯 영화에 관해 해박한 지식과 소견을 지닌 관객이라 보긴 어렵지만, 때론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를 즐긴다.
스토리에 집중된 내 머리는 빠른 전개와 감독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긴 어렵지만, 장면마다 이뤄지는 풍경과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내용보단 하나의 사진으로 추억처럼 남는 경우가 많다.
20살 무렵 여름캠프를 통해 심리치료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 한 편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때가 나의 자아에 대한 혼란스러움, 그리고 지난 아픔의 시간을 극복하는 몸짓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1998년 당시 젊은 배우 맷 데이먼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영화, '굿윌헌팅'은 천재성을 지녔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성장해온 주인공 윌이 진정한 친구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린 나로 하여금 윌은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심리학교수 숀과의 대화는 진실된 소통의 정의를 갖게 되어 지난 10년여의 시간 동안 꽤 큰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작년 겨울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공유하며 친구를 만들게 된….
좁은 작업실 한켠 책상 앞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신 작업에 몰두하며 영화만큼이나 유명한 굿윌헌팅의 OST 'beetween the bar'를 오랜만에 반복 재생으로 듣는 중 한 친구가 늦은 시간 불이 켜있는 작업실 안이 궁금했던지 “형 뭐해요?” 하며 문을 열고 들어왔고 이내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곤 자리를 떠난 줄 알았던 친구가 조심스러운 듯 한층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형 노래 때문에 자리를 못뜨겠네요.” 2평 남짓한 작업실은 공간과 시간을 넘어 오랜 친구가 된 윌헌팅이 들어왔다.
음악에서 영화에 대한 추억으로 번지며 더 나아가 우리의 남달랐던 감정이입에 관해 꽤 깊고 깊어 영화의 극대화된 스토리조차 따라올 수 없는 과거의 현실기억들을 끄집어냈고 고백의 시간이 되어 내적 교감의 차원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스승과도 같은 이 영화는 내게 10여 년 동안 순간순간 친구가 되어 내게 찾아왔으며 참된 우정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 내 안에 숨어지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트라우마의 시건장치가 아닌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 점에서 나는 큰 빚을 진 셈이다.
당시 감동의 깊이는 순수하게도 늘 실화라는 더 큰 의미로 느껴지길 바랐으며 소중한 영화가 되어 10년이 지난 교단에 서서 첫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나눈 영화가 되었다.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며 고민하는 젊은이들과 이 영화를 통해 지난 기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머뭇거리는 삶이 아닌 앞으로 나가고 스스로 가능성을 열며 부딪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때론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혼돈하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 가운데 늘 바람으로 사는 삶이 아닌 가장 나 다운, 진정한 라이브로 사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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