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된 응급의료법에는 전문의 당직제도를 위해 비상 호출체계를 구축하도록 했고 '즉시 직접 진료'하도록 했지만, 언제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당직의 개념에 대해 응급실 현장에 없더라도 전문의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온콜'을 허용했다.
#시나리오 2= 내원 환자 상당수는 자신의 상태가 가장 위급한 응급환자로 인식한다. 전문의의 직접 진료를 법으로 규정해 놓은 만큼 환자들은 전문의 직접진료 요청을 강하게 제기한다. 응급실 의사는 위중하지 않은 비응급 환자로 판단하지만 보호자의 요청으로 담당 전문의에게 호출을 보낸다. 해당 당직 전문의는 현장에 왔지만 호출 요청기준이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호출한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를 질타한다.
지난 5일부터 전문의 응급실 당직 규정 등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법'이 시행되면서 의료계 현장이 혼란스럽다. 법 자체에 허점이 많다보니, 법안이 정한대로 실행해 옮긴다하더라도 병원내 의사간 갈등, 환자와의 갈등을 야기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1995년 법률제정 이후 시행돼왔으나, 현장에서는 법률대로 지켜지지 않다가 대구응급실 사망사건 등 사회 이슈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각됐다.
올해 시행규칙 재개정을 통해 응급한 환자들이 직접적인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개정된 내용에는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근무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후 다른 과 진료가 필요한 응급 환자일 경우 당직 전문의에게 진료 요청을 해야한다. 응급실 근무의사가 응급진료를 요청했는데도 진료하지 않으면 응급의료기관에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해당 당직 전문의에게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있다. 규모가 영세한 병원의 경우 한두명에 불과한 전문의가 매일 당직을 서고 다음날 외래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지키기 어려운 제도라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는 상황이 이렇자 전문의가 온콜을 받을 수 없을 경우 다른 응급센터로 이송하도록 했고, 온콜하는 기준도 자세하게 제시하지 않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타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을 유도하는 지침은 위급하고 중한 응급환자의 진료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충남대병원 유인술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현실적으로 이번 법률안 개정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고, 실제 병원들에서도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애매모호한 부분을 만들어 놓고 무조건 실행하라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으며, 개정된 법이지만 재개정이 불가피 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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