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정치학과 교수 |
바로 이것이 스포츠가 주는 기쁨이다. 물론 스포츠가 한 때는 정치에 이용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스포츠를 정치에 활용하는 나라가 있다. 정치학에서 국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해 정치적 무관심으로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을 스크린(screen:영화), 성 풍속(sex) 또는 스피드(speed)와 함께 소위 '3S 정책'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국민을 우민(愚民)으로 만들려고 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더라도 이런 우민정책이 있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국민은 스포츠가 주는 효과가 우민화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성숙됐고, 또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 '3S 정책'과 같은 것이 국민들에게 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요즘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바로 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나타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견제와 심판의 편파적인 그리고 부적절한 판정이 있어도 이제 당당히 세계 다른 나라와 견주고 선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음을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런던 올림픽이 시작될 때, 우리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의 목표로 '10-10'을 약속했다. 금메달 10개와 10위권 진입이 그것이다. 이 약속은 국민이 강요한 것도 아니고 그 동안 훈련하면서 갈고 닦은 훈련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표팀 스스로가 약속한 것이었다. 그리고 금메달 10개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만약 우리 대표팀이 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어느 누구도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노력과 열정을 국민 모두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보여주는 스포츠 정신이다. 모두가 진정으로 노력하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고 했을 때 비록 패자라고 해도 그들 역시 승자와 동일하게 존경받고 존중하는 것이 그 정신이다.
스포츠는 공정하고 정당해야 한다. 이미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에게 불리하고 잘못된 판정으로 우리는 참 많이 억울해 했다.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는 누구에게 유리한 편파적인 판정은 바로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게 한다. 그래서 더 공정하고 규칙이나 규정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이 스포츠다.
그런데 스포츠보다도 더 공정해야 하고, 또 정해진 규칙이나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치가 그렇다. 국민의 대표로 국민의 뜻에 따라서 정치를 하려면 비로 정정당당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만약 정치에 부정이나 부패가 개입하게 되면 정치는 국민을 해치고 국민을 망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왜냐하면 정치는 스포츠와는 달리 승리한 자에게 소위 '권력'이라는 것이 주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권력'이 문제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부정하고 부패한 정치는 국민에게 오히려 비수를 꽂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정치가 요즘 우리 정치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우리 정치는 여ㆍ야를 막론하고 쇄신과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정당을 전면적으로 바꾼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나 그 약속을 지켰는지 알 수가 없다. 공천과정에서 나타난 비리와 부정은 여ㆍ야 모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정치를 보면서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정치를 믿지 못한다. 스포츠보다도 더 공정한 기준과 규칙이 지켜져야 하는 정치가 스포츠의 반보다도 못하다. 예전에는 스포츠를 정치에 악용하려고 했는데, 이제 정치가 스포츠를 따라 배워야 할 상황이다.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우리 스포츠와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문화를 보면서 우리 정치도 제발 후진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일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정치, 제발 제대로 좀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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