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한]우리는 왜 올림픽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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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한]우리는 왜 올림픽에 열광하는가

[중도춘추]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2-08-09 14:14
  • 신문게재 2012-08-10 20면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 최신한 한남대 철학과 교수
올림픽의 계절이다. 연일 35℃를 넘나드는 여름날의 열기가 우리를 지치게 한다면, 런던에서 전해지는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는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청량제와 같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열광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여야의 대통령 후보 경선마저 주목받지 못하게 했다. 올림픽은 마법과도 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면서 모든 이슈들을 잠재워버렸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도 인기없는 드라마 신세가 되고,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세계 경제소식도 별로 어둡게 들리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바로 런던의 경기장이다.

사람들은 왜 올림픽에 열광할까.

왜 사람들은 일상의 관심까지 밀쳐놓고 한마음으로 이 축제에 몰입할까.

우리는 여기서 올림픽을 매개로 하나가 된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있다. 훌륭한 경기장면을 기대하면서 사람들은 쉽게 한마음이 되며, 금메달을 놓친 경기에서도 아쉬움을 함께 나눈다. 일상에서 이러한 통합은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는 특별한 사회적 체험임이 틀림없다.

올림픽 선서의 변천사는 올림픽과 사회적 통합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고대 올림픽은 도시국가의 시민들이 신에게 제의를 올리며 행한 제전경기(祭典競技)였다. 근대적 부활 이후 올림픽은 조국의 영광과 스포츠의 명예를 위한 경기로 변화하며 선수들은 스스로 '영예로운 투사'로서 선서한다. 그 후 영예로운 투사는 '충성스런 참가자'로 바뀐다. 투사에서 전투적인 의미를 뺀 것이다. 조국을 위한 영예로운 투사든 충성스런 참가자든 선수들은 조국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 2000년대의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조국'의 명예 대신 '선수단'의 명예와 스포츠의 영광을 위해 선서한다. 냉전시대의 블록 대결을 지양한 결과다. 조국이든 국가의 이념이든 선수단이든 올림픽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이다.

올림픽 선서에서 국가에 대한 관계가 사라졌음에도 올림픽은 여전히 국가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메달집계와 순위 발표도 개별 국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전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를 갖는다. 이를 통해 각자는 국민적 집단으로 통합되며 개인은 공동체와 더욱 강하게 결속된다. 이것이 바로 시민사회라 일컬어지는 영역이다. 올림픽은 개인이 결코 개인만이 아니며 공동체와 결속된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집단적인 감격의 체험이 공동체의 결속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올림픽을 사회통합과 함께 생각할 때 수반되는 것이 있다. 첫째, 스포츠의 사회적 양면성이다. 스포츠는 시민들을 쉽게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다. 훌륭한 선수와 경기를 접할 때 사람들은 열광하면서 일시적으로 혼연일체가 된다. 이러한 체험의 최고점으로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국가적 이벤트로 치러지는 국제경기에서 사회적 일체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스포츠는 스포츠다. 스포츠가 사회적 통합의 전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축제를 벌일 수 없으며, 매일 벌어지는 축제는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둘째, 올림픽에서 체험하는 높은 일체감을 다른 영역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통합의 제1책임 영역은 정치다. 우리는 감동을 주는 정치,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정치, 박수받는 정치가를 고대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열광과 훌륭한 선수의 등장은 분리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감동을 주는 정치가를 고대하고 그가 펼쳐내는 사회 통합을 바라는 열망이 있는 한, 이 열망도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 통합의 소재를 발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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