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는 왕이로소이다]거지가 된 세종… 이렇게 웃길 수가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나는 왕이로소이다]거지가 된 세종… 이렇게 웃길 수가

심약한 충녕은 어떻게 성군이 됐을까… 조선판 왕자와 거지 감독:장규성 출연:주지훈, 박영규, 백윤식, 변희봉

  • 승인 2012-08-09 14:13
  • 신문게재 2012-08-10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태종은 주색잡기에 빠진 세자 양녕을 내치고, 충녕을 세자에 책봉한다. 왕세자의 자리가 부담스러운 충녕은 궁을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담을 넘는다. 우연히 그때 궐담을 넘어오는 사내가 있었으니, 노비 덕칠이다.

역사 공부가 흥미로운 건 행간 사이사이 물음표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왜 그랬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는 건 아는 사람은 아는 즐거움인데, 근사한 상상은 역사추리 또는 팩션이 되기도 한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세종대왕과 관련한 역사에서 물음표 두 개를 가져온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심약했던 충녕대군은 도대체 어떻게 성군이 될 수 있었을까. 세종은 세자에 책봉된 지 단 '석 달' 만에 왕위에 오른다. 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태종대왕은 그렇게 급하게 왕위를 물려준 걸까. 장규성 감독은 비밀의 열쇠가 세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석 달'에 있을 거라고 추리한다. 그는 충녕이 민초의 삶을 돌아본 어떤 계기가 있었으며 백성과 아픔을 같이 하면서 진정한 군주의 자세를 각성했을 거라고 상상하고,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자는 궁궐담을 넘어 거지 행색으로 백성들과 어울리고 그 사이 궁궐에선 세자와 똑 닮은 거지가 세자 노릇을 했다고 넉살을 피우는 것. 물론 대선을 앞두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재미는 상식을 깨부수는 캐릭터들에게서 나온다. 불뚝대는 성질에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태종(박영규), 양반집 곳간을 털어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황희(백윤식), 질투에 눈이 멀어 물불 가리지 않는 세자빈(이미도), 갑자기 닥친 밑바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충녕의 호위무사 해구(임원희) 등 기발한 캐릭터의 향연이다.

특히 세자빈을 연기한 이미도는 성질부리는 코믹 연기로 등장하는 장면마다 폭소를 유발한다. 올해 상반기 우리 영화가 발견한 '발견급 스타'가 '건축학 개론'의 '납뜩이' 조정석이었다면, 하반기 발견은 이미도가 될 듯하다.

물론 충녕대군과 노비 덕칠을 1인 2역으로 연기한 주지훈도 발견급이다. 드라마 '궁'과 '마왕'에서 서늘하고 날선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이미지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살갑게 망가진다. 엘리트 세자의 면모에서 천한 신분인 덕칠까지 소화해야 하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꽤 넓었음에도 마치 두 명의 배우를 보듯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흥행 결과를 떠나 그의 연기에 대한 평단의 점수는 꽤 후할 듯.

문제는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재기발랄하게 그리며 유쾌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가면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백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나라를 통치하려 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그리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진중해지는 모드는 좀 생뚱맞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이래야 한다는 것까지 웃음으로 풀 수는 없었을까. 비리를 저지른 측근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뭐 그런….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