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국가의 직접 사업비용인 부지매입비 분담을 지자체에 줄기차게 요구해 오다가 부지매입비가 예산에서 아예 배제돼 더 석연치 않다. 이와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경제부처 눈치 보기를 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거점지구 부지매입비가 한 푼도 포함 안 된 것은 사업의 기본을 무시한 발상이다.
게다가 그것이 국과위 조정 과정이나 의결로 내년 예산안에서 자취를 감췄다면 더욱 부적절하다. 의지는 고사하고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기초과학연구단 예산 및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사업 대폭 삭감, 부지매입비 0원 등은 과학벨트의 장애물로 가로놓일 게 확실하다.
예산이 적은 그만큼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지지부진하게 추진될 것이 빤히 예견된다. 이렇게 된 배경으로 법안 발의 권한마저 없는 국과위 위상을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중이온가속기, 기초과학연구단 구성 예산, 기능지구 지원 등 사업비가 형편없이 줄어든 것도 국무회의에도 못 낀다는 국과위의 미약한 위상 탓이 아닌가 싶다. 국내 과학기술의 컨트롤타워나 플래닝타워 구실을 하기 힘든 구조다.
과학벨트 한 가지만으로도 국과위가 감당할 일은 태산 같은데 예산 기능과 조직 위상은 이처럼 취약하다. 경제부처 눈치를 보며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도 구조적 한계와 무관치 않다. 이는 앞으로 국과위가 기획, 예산, 관리, 감독, 평가 등 기능을 총괄하거나 과학기술부 부활 등의 기능 강화 방식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으로 부지매입비가 시작부터 삐걱거린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정부 연구기관을 세우면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등과 협의한다는 규정을 둔 것이 그 단초다. 삭제와 삽입을 반복하며 살아난 규정, 즉 부지매입비를 지자체와 협의한다는 내용은 기본계획에서 빠졌어야 한다. 유사한 지자체 분담 사례도 없다. 입지선정 발표 때부터 예산 투입계획에서 부지매입비가 빠진 것 역시 적절치 못했다.
부지매입비의 경우를 보면 국과위가 쓸 수 있는 권한마저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소한 교과부가 요구한 부지매입비 700억원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시 살려내기 바란다. 부지매입비가 허공에 뜨고 이슈화되는 것 자체가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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