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그동안 몇 업체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여러 건의 사고만으로도 연 1억 명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데 이는 국민 1인당 평균 2번꼴이나 되는 셈이다.
'고객정보 침해사고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해당 정보는 모두 회수하였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의구심을 해소시킬 수 있다면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라도 되겠지만, 과연 그럴지 모르겠다. 이렇게 새나간 정보는 주로 텔레마케팅에 이용되고 있다. 즉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은 전화나 문자 등 통신장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수단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가 주 5회 쯤 상품구매를 권유하는 전화에 시달린 경험이 있으며, 95%는 이런 전화로 업무에 방해를 받았고, 84%는 개인정보 유출에 불안감을 느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겠지만, 어느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상품을 소개하는 전화를 받는데 이쯤 되면 이미 공해수준이라 할 수 있다.
통신사에서는 '기기변경'을 하거나 '번호이동'을 하면 현금으로 얼마를 주고 요금을 할인해준다며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고 어느 때는 녹음된 소리를 내보내기도 한다. 녹음된 전화는 바로 끊으면 되지만 상담원이 전화를 해 올 때 아무 말 없이 끊는 것은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히 둘러대고 거절하는데, 이런 전화를 자주 받다보면 마음에 여유와 인내심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부동산 업소에서는 그 좋은 조건의 부동산이 있으면 자신이 사든지 가까운 친지에게 권할 것이지 어떤 연유로 '여유가 없고 의사도 전혀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까지 소개하려는지 의문될 뿐이다.
전화를 받으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니 “다 아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한 예로 “자동차에 있는 연락 번호를 적어온다”고 하는데 아마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신종 직업이 생겼는가도 생각된다.
얼마 전에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받아보니 집요하게 기기변경을 권유하는 통신사였다. 이미 여러 차례 의사표시하였고 '통화 거절' 등록까지 하였음에도 어느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공세를 펴는 것이었다. 또한, 거절의사를 밝히면 아무런 '마침 말'도 없이 '뚝'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호감은 고사하고 그 회사에까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됨을 알기나 하면서 그러는지, 또 전화를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의 시간과 에너지를 축내는 일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은 무슨 심사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건당 마케팅 비용이 수십에서 100여 만원에 이른다니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이를 무방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한 일이다.
한편,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알려 주려는 고마운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편함을 탓한다면 이는 참 '바보스런 소비자'일까? 그러나 이런 일이 대부분 불법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이용해 이루어진다고 볼 때 매우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기업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과와 대책' 발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관리에 더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당국에서도 제도와 기술을 보완하여 개인정보 보호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결코 '그들이 나를 들여다보면서 이용하는 상황'에 무심하거나 인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