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부는 과학벨트 추진 2년차를 맞는 내년에 연구기반 조성에 2300억 원, 중이온가속기 구축에 1000억 원 등 모두 79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는 주요 R&D 예산을 짜면서 과학벨트 예산을 올해보다 20%가량 늘어난 2629억 원만 반영했다. 이는 당초 정부 예산의 3분의 1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요구한 31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해야 할 일은 크게 늘어나는데 반해 관련 예산은 줄어든 셈이다.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건립비와 중이온가속기 구축비 등을 포함해 삭감되지 않은 게 없다. 교과부는 기초과학연구원 건립에 400억 원을 요구했지만 348억 원으로, 중이온가속기는 요구액 480억 원이 320억 원으로 삭감됐다.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번 국과위의 과학벨트 예산 배분ㆍ조정안은 기획재정부를 거쳐 오는 10월 초 국회에 제출된다. 이 과정에서 삭감된 예산이 가능한 한 반영되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대전시와 대덕특구를 비롯한 과학기술계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지금 같아선 입지선정 등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늦어진 과학벨트가 목표연도인 2017년까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세계기초과학의 허브도시로 대전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걸기'하는 것이며,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이들의 정주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늦어질수록 기초과학 강국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과학벨트 성공 추진을 약속하는 대선 후보들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주시하기 바란다. 또한 지역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한 약속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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