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체조의 기대주 양학선이 7일(한국시간)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체조 경기중 도마 연기 1차시기를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양학선(20ㆍ한체대)을 한국 체조 사상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양학선'이다.
양학선에게는 '양1'이라는 기술이 있다. 도마를 짚고 앞으로 한바퀴 돈 다음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1080도 3회전을 하고 착지한다. 이전까지 없었던 초고난도 기술이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역대 최고 난도 점수인 7.4점을 '양1'의 채점 기준으로 삼았다.
FIG는 아예 기술 명칭을 '양학선(YANGHAKSEON)'으로 공식 등재했다.
양학선은 예선에서 '양학선'을 보여주지 않았다. '양학선'의 모태가 된 '여2'(여홍철의 기술로 '양1'보다 반바퀴 덜 회전한다)와 '스카라 트리플'만으로도 결선 진출은 수월했다. 두 기술 모두 난도 점수는 7.0점이다.
양학선이 결선 진출자 8명 중 마지막에 출전함에 따라 과연 '양학선'을 구사할지 관심이 쏠렸다. 양학선이 밝힌 상대의 기준 점수는 16.266점. 이를 넘는 선수가 있으면 '양학선'을 꺼내고 그렇지 않으면 7.0 난도 기술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는 시나리오다.
'양학선'이라는 기술은 양학선의 끝을 모르는 도전 정신에서 비롯됐다. 그 기술로 작년 세계선수권 대회를 제패하긴 했지만 처음 밟아보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선보이고 싶었다. '양학선'으로 한국 체조의 한을 풀고 싶었다. 결선 진출자 중 양학선의 상대는 없었다. 자신과의 싸움, 최고의 기술로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걸린 무대에서 자기 고집만 부릴 수는 없었다. 16.266점은 코칭스태프와 상의 끝에 나온 기준이다.
“(예선 1위를 차지한) 러시아 선수 앞에서 혼잣말을 했다. 네가 잘해야 내 기량 전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떠들었다. 처음부터 '양1'을 쓰고 싶었다”는 양학선의 말이다.
다섯번째로 출전한 러시아의 데니스 야블라진이 평균 16.399점을 받으면서 '양학선'이 본 무대에 등장했다. 앞으로 두걸음이나 전진하는 착지 불안을 보였지만 기술 자체가 워낙 어렵기에 16.46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불운이 끊이질 않았던 한국 체조, '양학선'이 그 한을 풀어준 순간이다.
조성동 대표팀 감독은 “착지하면서 조금 밀리긴 했지만 양학선이 이 기술을 그렇게 잘한 적이 없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양학선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로 올림픽 우승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양학선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한 야블라진은 '양학선'이라는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야블라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사실 한국 선수가 우승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양학선의 점수를 보고도 화가 나진 않았다. 바로 은메달이구나,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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