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등학교 교감 |
“남의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교무부장은 그동안 있었던 사례까지 들어가며, 어쭙잖게 남의 말에 끼어들 게 아니라고 했다. 2년 전에도 J교무부장으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의 평가라 기분이 좋다.
필자가 남의 말을 안 하게 된 사연이 있다. 30년 전이다. 2년제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야간대학교 영문학과 1학년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필자의 눈에 급우 A의 이상한 행동이 목격되었다. 필자는 몇몇 학우들에게 목격한 내용을 전달했다. 얼마 후 필자의 귀에 A의 이야기가 들렸다. 필자가 발설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있었다.
'어? 이건 아닌데?' 말은 할수록 번진다고 한다더니, 본질과 다르게 변질한 소문에 되레 필자가 곤혹스러웠다. A는 소문의 유포자가 필자란 것을 알고 분노했다. A는 “선생님이 될 사람이 그러면 되겠느냐? 눈으로 봤더라도 장담하지 말고, 정황상 그럴 것 같다며 추측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지도 말라”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A는 본의 아니게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혀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 사건 이후 필자는 사실이든 아니든,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성경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는 말이 있다. 함부로 돌팔매질을 하지 말란 뜻일 것이다. 세간에 떠다니는 이야기가 언젠가는 소문의 당사자에게도 들어가게 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된 당사자는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힘든 상황을 겪는다. 연예인 C양은 괴소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만, 연예인 L군이나 K양 그리고 L양은 온갖 비방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유포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커튼 뒤에 숨어 남의 말을 무책임하게 퍼뜨린 유포자의 신상은 언젠가 드러나게 된다. 남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당연히 피해자 이상의 고통을 겪게 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남의 이야기를 즐겨 하거나 지렁이가 꿈틀댈 때까지 밟아대던 사람들이,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남의 일에 콩이니 팥이니 오지랖이 넓어 눈총받을 이유가 없다.
필자도 가끔 남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사실과 다른 게 많다. 30년 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떠올리며 입을 다문다. 정이나 알고 싶으면 직접 당사자에게 묻는다. 가끔 필자에게 언짢은 일이 생길 때에는 무조건 술자리를 피한다. 필자의 잣대로 상대방을 험담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시엔 남의 눈에 있는 티가 크게 보였는데, 뒤돌아보면 필자의 눈에 더 많은 들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입이 근질근질할 때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향기로운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필자가 남의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입이 무겁거나 남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럴 정도로 남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이 넓지 못하다. 필자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에 대해 얘기할 만큼 한가하지도 못하다. 게다가 남의 사생활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만큼 성인군자도 아니다. 단지, 나잇값도 자릿값도 못한다는 소릴 듣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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