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소통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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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소통의 본질

[중도시평]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 승인 2012-08-07 14:09
  • 신문게재 2012-08-08 20면
  • 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 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 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은 말 그대로 막힘없이 통하는 것을 이른다.

이러한 소통이 새삼 화두가 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답답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정말로 우리 사회는 소통이 안 되고 있는 걸까?”

이러한 물음이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겠다. 왜냐면 언제 어디서든 끊임없이 우리는 소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소통이 일방이든 쌍방이든 말이다.

문득 말과 소리에 대한 정의가 생각난다. 말은 뜻을 지니고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고, 소리는 아무런 뜻 없이 그냥 지나치는 그러니까 뜻과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단순한 표현이다. 난센스 같은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말'은 '하는 것'이고 '소리'는 '지르는 것'으로 이해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말과 소리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통의 문제를 돌이켜보자. 필자는 말은 소통이고 소리는 불통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리고 소통은 쌍방이고 불통은 일방이라고 하고 싶다.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고 혼자서만 중얼거리며 하는 말은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 아무리 설득력 있게 갖가지 표현을 다해도 상대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면 의미전달이라는 말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첨예한 대립관계로 끝나지 않는 찬반토론을 펼치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느 한 쪽에선 찬성을 위한 찬성논리를 펴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편다면 과연 소통일까 불통일까. 쉬운 대답으로는 같은 논리끼리는 소통이고 다른 논리끼리는 불통, 즉 같은 논리끼리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고 서로 다른 논리끼리를 소리만 지르는 격이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에 새삼 소통이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하지만 여기서 소통은 서로의 논리를 존중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의 생각을 깎아내리고,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불통의 논리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주장하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등을 모르면서 소통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소통은 신뢰다. 신뢰는 배려요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리고 약속은 굳게 지키는 것이다. 지난주 대전시정을 책임지는 염홍철 시장이 호주 출장에서 돌아와 정례브리핑을 하면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일명 호주 브리즈번 구상으로 통하는 '사회적 자본' 확충이다. 신뢰와 믿음, 배려, 협력 등 무형의 자산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자본은 신뢰사회 구축의 바탕이다.

그만큼 사회적 자본이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이자 믿음을 주는 사회이기도 하다.

비록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성숙도는 취약하기 그지없지만 구성원들 간 소통만 이뤄진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됐다. 바로 투명하고 신뢰를 주는 시정이다. 시민과 시정, 시민과 시민 간 신뢰가 형성될 때 사회적 자본 확충은 확실한 결실을 볼 수 있다. 불신하고 말이 아닌 소리로 통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더는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트집과 꼬투리를 잡기 위한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 그리고 잘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비판도 그렇다. 제아무리 건전한 비판이라고 해도 오직 잘못된 것만 지적해 비판하는 것은 소통의 정신에 어긋난다. 이는 전혀 상대의 생각을 고려치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대의 생각과 주장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를 잘되게 하는 소통, 나를 망하게 하는 불통이란 책에서처럼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틀린 생각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로 이해하길 주문해 본다. 또 실제 차이를 고려해 상대에 맞게 행동으로 소통하고, 소통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 서로 혼동할 정도로 소통할 것을 빌어본다.

모두가 이렇게 소통한다면 어느새 상대방이 나를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소통의 본질은 어려운 게 아니다. 바로 이심전심이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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