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더위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연을 강제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그늘이나 바람, 냇물, 우물 등을 활용해 의식주 생활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 졌다. 특히 여름옷은 통풍이 잘 되는 옷감으로 만들고 꾸몄다. 모시와 삼베옷이 바로 그것이었다.
모시와 삼베옷에 푸새(쌀풀이나 밀풀을 먹여서 옷감을 반듯하게 하는 일)를 해 살갗에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옷이 피부에 달라붙지 않아야 통풍이 잘되고 자외선을 막아서 피부온도상승을 막아 더위를 피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푸새를 해서 옷을 꼿꼿하게 해 통풍이 잘되도록 하였지만 땀이 나거나 활동을 하다보면 숨이 죽어 옷이 흐물흐물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를 위하여 얇은 대나무를 가늘게 다듬고 얽어서 토시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 토시는 팔목이나 목, 등 부분에 끼워서 사용하였다. 바로 팔목토시, 목토시, 등토시였다. 대나무의 탄력성 때문에 토시는 항상 지금의 스프링처럼 부풀어 있었다. 이 토시를 땀이 많이 나거나 통풍이 필요한 곳에 차면 옷이 피부에서 떨어지게 되어 넓은 통풍공간이 생기게 된다.
그런 까닭에 토시는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다. 특히 팔목에 끼는 토시는 그런대로 흔한 것이었지만, 등토시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았다. 앞쪽은 옷고름을 풀어서 언제라도 시원하게 할 수 있었지만 등 부분을 시원하게 하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땀이 많이 나고 옷이 잘 달라붙어 통풍이 잘 안되는 등에 찰 수 있는 등토시를 고안해 착용하였다.
지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등 토시는 무더위를 이기고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최첨단 생활용품이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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