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진혁 선수가 한국 남자양궁 역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5일 논산시 연무읍의 집에서 오성박(오진혁 아버지)씨가 화살을 들어보이며 인터뷰를 하고있다. 논산=손인중 기자 |
4일 28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이 결정된 순간, 오진혁(31ㆍ현대제철)의 아버지 오승박(70)씨와 어머니 심현옥(55)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슬럼프를 이겨내고 묵묵히 달려온 아들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양궁 역사를 쓰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의 마음에는 회한과 기쁨이 교차했다.
아버지 오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진혁이는 뭐든지 본인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부모가 아는 것을 원치 않았다”면서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혼자 극복해 가면서 여기까지 온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오씨는 “진혁이는 국내 대회에선 메달을 많이 딴 뒤 세계의 유명 대회에 처음 참가해 2관왕을 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지만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올림픽 출전권을 놓치고, 슬럼프에 빠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당연히 출전할 줄 알았던 올림픽을 포기해야 했던 진혁이는 잠시 힘들어했지만 8년 동안 실업팀에 있으면서 계속 노력하더니 4~5년전부터 국가대표가 돼 오늘의 결과를 냈다”고 안쓰러운 마음과 기쁜 마음이 교차하는 심정을 전했다.
오씨는 “진혁이가 어릴 적 학교를 가보니 양궁 시설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하는 것을 보고 그만 두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계속 한다고 했다”면서 “아무리 좋은 궁수라도 좋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해다 주고, 독려해줬었다”고도 했다.
오씨는 “진혁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늘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 운동하면 고비도 있고 여러 어려움도 있겠지만 훌륭한 선수가 되려면 꾀를 부리지 말고 한마음으로 정진하라'고 얘기해왔다”며 “아버지의 말을 깊게 새기고, 여기까지 와 준 아들이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어미니 심씨는 경기 후 오진혁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전화가 와 통화할 수 있었다.
심씨는 “부모 입장에서 어릴 적부터 운동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게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다. 3형제 중에 막내면서도 형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 것도 정말 안쓰러웠다”면서 “돌아오면 좋아하는 고기를 실컷 먹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오씨는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면 어려울 걸 안다”면서 “진혁이를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 준 양궁대표팀 장영수 총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