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나면서 ‘귀찮아서’ 혹은 ‘신경이 쓰여서’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마땅히 맡길 곳도 없고, 데리고 가자니 귀찮고, 밥 줄 사람도 없는 집에 두고 가자니 신경이 쓰인다. “네 살 길 네가 알아서 찾아라”하는 식으로 버리고 가지만 반려동물은 주인에게 버림받는 순간 곧 죽음에 직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를 배회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거나 신고 등에 의해 포획돼 동물보호소로 잡혀가는 것이 고작이다. 동물보호소로 간다고 해서 운명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천안의 경우 유기동물 10마리 중 6마리가 안락사 당한다고 한다.
물론 동물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등록제가 시행되고는 있다.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진작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대전만 해도 시행 첫해인 2009년 241마리가 등록했지만 이듬해엔 94마리로 급감했다. 내년부터는 의무 시행으로 강화되지만 효과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몸 바깥에 다는 마이크로칩이나 인식표는 유사시 떼어버리면 그만일 정도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등록하려면 1만~2만원 정도 부담해야 하는데 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도 없다. 오히려 등록제가 부담스러운 저소득층들이 반려동물을 버릴 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는 생명존중 정신의 발로이며 곧 인간 존중의 정신으로 연결된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쉽게 버리는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전에 동물보호 의식을 높이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휴가철 동물을 맡길 수 있는 곳을 확충하는 일부터 우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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