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김재범(27ㆍ한국마사회)은 그랬다.
김재범의 부상은 모두가 알고 있다. 작년 말 왼쪽 어깨 탈구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고질적인 부상이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에는 왼쪽 무릎 인대 부상에 시달렸다. 악조건 속에서 런던에 입성했다.
“끝나고 나서, 정말 잘하고 나서, 좋은 결과를 갖고 그때 힘들었다고 아팠다고 말하겠다” 런던 땅을 밟은 그의 출사표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81㎏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땄고 이후 세계선수권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세계적인 강자다.
기대만큼이나 큰 부담이 김재범의 어깨를 짓눌렀다. 만약 김재범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한국 유도가 올림픽 12년만에 '노 골드'에 처할 위기를 맞았다.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부담을 모두 안고 매트에 서야 했다.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악셀 노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 이하급 결승전 상대는 독일의 올레 비쇼프. 공교롭게도 4년 전 베이징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선수다. 당시 김재범은 연장전 여파 탓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경기 막판 비쇼프에게 유효를 내주고 분패했다.
4년 전 앙갚음을 할 절호의 기회. 결승을 앞둔 분위기는 베이징 때와 달랐다. 김재범이 준결승전에서 이반 이폰토프에 깔끔한 절반승을 거둔 반면, 비쇼프는 트래비스 스티븐스(미국)과 연장 혈투를 벌여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결승 무대에 입장하는 김재범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비장해 보였다. 경기 시작 42초만에 유효를 따내는 등 4년만에 다시 만난 숙적을 거침없이 몰아부쳤다. 김재범은 첫 2분동안 유효 2개를 얻은 반면, 비쇼프는 소극적인 공세 탓에 지도를 받았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전기영 해설위원은 김재범의 예선전을 보고 “더 다양한 기술을 걸 수 있는데 뭔가 제한된 느낌이었다. 확실히 몸이 좋지 않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재범은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어디서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김재범은 비쇼프에 유효승을 거두고 감격적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자신의 눈 앞에서 금메달을 가져간 선수를 상대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복수에 성공했다.
이로써 김재범은 왕기춘의 4강 탈락과 조준호의 판정 번복 논란 등으로 상처를 받은 유도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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