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슈퍼컴퓨터<사진>와 국가 핵융합연구소의 핵융합장치 KSTAR,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실, 한국원자력연구소 고준위폐기물처분연구센터(이하 KURT)는 더위를 모르는 대표적인 연구시설이다. 바깥기온은 35℃를 오르내리고, 정부출연연구소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에어컨 가동도 중단하고 연구자를 비롯한 근무자 모두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 시설은 22~24℃의 쾌적한 온도를 유지, 부러움 마저 사고 있다.
1초에 300조 번을 연산할 수 있는 300테라플롭스(Tera Flops)급 KISTI슈퍼컴퓨터는 CPU만 2만 개에 달해, 컴퓨터 2만 개가 한꺼번에 가동되는 셈이다. 이때 발생하는 열은 오작동 내지 다운 등 슈퍼컴퓨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이를 방지하기 위해 1년 내내 22~23℃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연구자와 중소기업들에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KISTI 슈퍼컴퓨터는 항온, 항습 뿐 아니라 행여나 행여나 발생할 수도 있는 오작동에 대비해 24시간 박사급 연구원 20여 명의 극진한 관리를 받고 있다.
KISTI 최윤근 박사는 “600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가 열 때문에 오작동한다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 같다”라는 말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슈퍼컴퓨터 이외도 항우연의 위성시험실도 폭염을 모르는 곳 중 하나다. 위성시험실은 위성을 컨트롤하기 위한 최적 조건유지를 위해 항온ㆍ항습이 절대적이어서 22~23℃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한여름에도 긴소매와 모자까지 달린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진복 등을 착용해야 하지만 사무실보다는 시원해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선망의 부서로 꼽히고 있다.
핵융합연구소의 핵융합장치인 KSTAR도 온도에 민감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곳이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는 열에 취약해, KSTAR 주장치실, KSTAR 주제어실 그리고 전산장비실 등은 23~24℃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자연을 이용, 한여름에도 20도를 유지하는 시원한 연구시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방사성 폐기물지하처분 연구시설'(이하 KURP).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KURP는 산을 파서 만든 250m 인공 동굴 형태의 연구시설로 이곳 온도는 1년 내내 20~22℃ 안팎이어서 더위와 추위를 모르는 곳이다”며 “연구원의 명소로 자리 잡아 연구원 방문객들의 필수 견학코스”라고 소개했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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