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를 비롯해 충남, 충북, 세종시가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립방안에 대한 당면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4개 시ㆍ도는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금융지주 분할 독립 지방은행 유치와 지역기업이 출자해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2가지 안을 놓고 협의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은행 설립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은 제시되지 않아 이에 대한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방은행 설립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설립될 경우 지자체가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방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최소 자본금 250억원 마련방안, 주주구성계획, 대주주에 관한 사항, 지방은행 설립 후 운영방안 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대전시 등은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만 제기할 뿐, 어떤 방안으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며 “지방은행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운영방안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행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역기업과 지역민이 애향심을 갖고 지역은행을 이용해야 되는데, 기존 거래하던 금융기관을 등지고 지방은행을 이용할지도 의문”이라며 “대전시 등은 현재까지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기업의 자본금 출자와 주주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 은행업 인가 심사기준에 따르면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과 사업계획에 소요되는 자금조달 현실성, 주주 구성계획 및 최대주주에 관한 사항 등이 있어야 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자본금 출자로 지역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와 내수경기 침체로 지역기업이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 외 추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도 숙제거리다.
은행권에서는 추가비용에 대해 프로그램 개발과 임대료, 인건비 등 최소 1000억~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본금과 추가비용을 제외하고 적정규모의 자본이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모을지와 유상증자를 자기자본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 대전시 관계자는 “타시ㆍ도 함께 하는 공약사업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특정되게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전발전연구원에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용역발주를 한 만큼 조만간 대발연에서 운영방안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관계도 생각해 볼 문제다. 지방은행을 신설할 경우 최대주주는 자본금의 15%만 보유할 수 있다. 이는 쉽게 말해 250억원 자본금 중 37억 5000만원을 투자해야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또 이에 대한 결격사유가 없어야만 인가를 받는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출자기업은 최대주주는 될 수 없다. 삼성과 같이 대기업이 시중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전시가 앞으로 산재돼 있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궁금하다”며 “대전시가 지방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많은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해야 될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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