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두리한의원장 |
읽고 난 결과는 참 좋고 반듯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구나 싶다.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재벌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경제 생태계를 건설하자는 제안과,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면적 증세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 경제사범을 징벌적 벌금형 등을 포괄적으로 도입해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점, 북한과의 평화공존이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그가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던 복지ㆍ정의ㆍ평화 세 부분 중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강력한 서술어를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반드시”, “꼭”, “필사적으로”와 같은 단어는 다른 부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데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구나 싶었다. 한편으론 전두환이 내세웠던 정의사회구현이란 구호가 생각나서 피식 웃기도 했다. 같은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걱정과 우려도 있었다. 말은 참 좋은데 정치란 것이 국민 지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제도를 바꾸고 법률을 고쳐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 아닌가. 모든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없고, 담화문이나 대국민 성명으로 증세나 사회적 협약을 체결할 수도 없을 터이다. 안철수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에 반대한다 했으니, 그쪽은 아닌 듯싶고, 민주당에는 입당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과연 그는 누구를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은 가만히 있어도 정치요, 움직이면 물론 정치인 자리인데 말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더는 과거의 체제 안에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랜 민주화 투쟁 끝에 만들어진 '87체제'는 그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 헌법재판소, 국민 직접투표를 통한 대통령제 등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만들어낸 최대공약수였겠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복지국가 시대를 열어가기엔 맞지 않는 옷이 됐다. 강을 건너면 배를 잊어야 하는 법, 이미 흘러간 구시대적 체제를 죽기 살기로 고수할 까닭이 없다.
안철수는 그런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불러낸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능력과 단정하고 반듯한 자세는 누구나 높이 사지만, 과연 그가 제대로 된 검증을 통과하여 그가 어떤 사람들과 정치를 할 지, 그의 셰도 캐비닛은 누구인지, 현실적 정치 파트너는 누가 될 것인지, 과연 지금과 같은 인기에만 의지해서 대선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마침 민주당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그에게 공동정부를 제의했다. 나에게 안철수ㆍ문재인은 비슷한 정치인으로 비친다. 둘 다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고 지지자들의 성원에 의해 시작한 사람들이라는 점, 둘 다 공공성을 사리사욕보다 앞세운 삶을 살았다는 것, 서로 양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등이다. 권력이란 부자지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다는 것이지만, 문재인ㆍ안철수 두 사람이 공동정부를 꾸려나가는 것을 상상하면, 괜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낙관이 생긴다. 한국 정치란 참 흥미진진하다는 게 일반적인 말이지만, 다섯 달 남은 대선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열린 사회, 복지 국가, 평등한 세상,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사회로 우리가 나아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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