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은 1998년 충청은행이 퇴출당하고 하나은행에 합병된 후 지역금융에 핵심적인 기능과 구실을 하는 지방은행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이로 인해 지역자본의 역외유출과 지역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조달 등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도시별 자금 역외유출비율을 살펴 보더라도 지역자본이 얼마나 많이 역외로 빠져나가는지 알 수 있다.
류덕위 한밭대 교수에 따르면 도시별 역외유출비율은 대전이 광역시 중 가장 많은 38.3%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광주 27.9%, 대구 27.8%, 부산 26.7%로 나타났다. 반대로 인천과 울산은 -20.7%, -23.3%로 역외유입이 발생했다.
대전지역의 역외유출은 타지역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역외유입된 울산과 비교하면 5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현재 지방은행이 있는 부산, 대구, 제주 등은 원활한 자금조달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은행들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부산은행이 3983억원, 대구은행 3099억원, 전북은행 1075억원, 경남은행 2055억원, 광주은행 1363억원, 제주은행 224억원 등 지방은행 중 적자를 기록한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 지방은행도 순이익을 창출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행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산 유입과 함께 지역기업이 지역금융기관 등과 함께 협력해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전시를 비롯한 충남, 충북, 세종시 등 4개 시도와 지역 경제계들은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4개 시도는 지방은행 설립 1안으로는 금융지주를 분할 독립해 지방은행으로 유치하는 것과, 2안으로 지역기업이 출자해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1안인 금융지주를 분할 독립해 지방은행 설립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방은행 설립만큼은 지역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것으로 지역 기업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지방은행 설립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지역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이슈가 되는 부분이니만큼 서로 협력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상황이지만, 이번만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지역 출신인 점과 세종시를 비롯해 충청권 발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계획한 2안에 대해서는 충청은행 퇴출과정에서 기업들이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250억 자본금을 출자해 지방은행을 설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 지역에는 대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자본금을 출자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와 지역경제계는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강원도 등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의 자치단체가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현재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용역 중인 연구자료가 8월 말에 완료되는 만큼 용역결과에 따라 경제계와 협의 후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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