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종 청양 미당초 교장 |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 주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리 하에 학교급별로 3~5개 교과목을 과시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교육과정 성취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생은 '보통학력 이상', 20~50%는 '기초학력', 20%이하는 '기초학력 미달' 등급을 매겨 학생 개개인에게 통지되며, 개인별 성적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부터 학교별로 응시현황과 교과목별 성취 수준 비율을 3단계로 구분해 학교알리미에 공시한다. 2008년부터 시행되어 올해로 5년차를 맞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그 순기능과 역기능을 놓고 교과부와 교원ㆍ학부모 단체가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교과부는 평가가 다양한 지원을 위한 기본적 교육과정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교원ㆍ학부모 단체는 학생ㆍ학교 서열화, 성적지상주의 심화, 학사 파행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반대투쟁을 벌여 왔다. 물론 두 입장이 각각 일리가 있고 고려할 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논란과 관련해 중요한 핵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법령에 따라 학교교육과정을 편성ㆍ운영토록 규정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의 환류 체제(feedback system)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네 꼭지 중의 하나가 곧 평가인 것이다. 즉 교육과정과 평가는 별개가 아니다. 평가는 교육과정의 한 과정(過程)인 것이다. 교육과정의 한 과정이 곧 평가인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의 평가 거부는 명분이 없는 일이다. 분명히 법령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교사가 평가를 거부한다면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네 바퀴로 굴러가야 할 자동차가 세 바퀴로 잘 굴러갈 수는 없다.
물론, 전국적인 전수 평가가 갖는 역기능을 개선토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교원과 학부모 단체에서 지적하는 0교시 학습, 심야학습, 휴일 등교, 해넘이ㆍ달맞이 프로그램 등을 전면 재검토해, 비교육적인 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식 전수 평가가 갖는 역기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현실에 적합하도록 평가제도 운영에 적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도 선발적 평가관에서 벗어나, 발달적 평가관에 입각해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평가 결과를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들이 '평가가 가치롭다'는 인식 속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이 세상에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피평가자는 심신이 괴로운 것도 사실이다. 정녕 성적때문에 자살하는 이 시대 10대 청소년들의 말 없는 절규를 귀담아듣고 함께 고뇌해야 한다.
교육 평가가 없는 교육활동과 교육과정은 공허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물론이지만, 교원근무성적평정,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 다면평가, 학교장청렴도 평가, 교육청ㆍ학교평가 등이 그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교육계에 서서히 착근하고 있는 점도 이들 평가를 대체할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교육 평가의 역사는 교육의 역사, 인류의 역사와 견줄 정도로 장구하다. 평가가 일면 비판 속에서도 동서고금을 통틀어 과거, 시험, 고시, 고사, 검사, 평정, 평가 등 그 명칭과 방법만을 달리해 면면히 이어져 오는 이유와 취지를 재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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