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성인물을 접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들 중 14.2%가 ‘따라하고 싶었다’고 응답했고, 심지어 성범죄 충동을 느꼈다는 경우도 5%에 달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음란채팅, 사진 전송, 몰래카메라 촬영 등을 했다는 청소년이 10명 중 1명이나 된다. 폭력 장면을 반복해 보다 보면 폭력에 둔감해지는 것처럼, 음란물도 자주 접하면 성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무뎌진다.
음란물에 노출되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번 조사를 한 행안부는 성인물 차단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청소년 음란물 차단 대책’을 내놓고 경찰은 지속적으로 단속을 펴고 있다.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적극 보급하는 한편, 케이블 TV나 IPTV의 경우 성인물의 결제 내역을 고지서에 자세히 표시하도록 하는 등 학부모의 감시와 확인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대책이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음란물은 온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가에 차를 세워도 나체 차림의 여자들 사진이 꽂힌다. 사람이 많은 곳이면 어김없이 음란 광고물이 등장한다. CD, DVD, 만화 등도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놔두고 온라인상의 음란물만 단속해서는 음란물 차단이 불가능하다.
음란물 유통차단과 감시 등 규제책만으로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올바른 성교육과 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건전한 방향으로 돌리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스포츠나 예능, 동아리 활동 등 취미 생활을 갖도록 학부모가 적극 유도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청소년들이 왜 성인물에 접해서는 안 되는지도 성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따라야 음란물의 바다에서 청소년들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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