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법에 있어서의 인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법에 있어서의 인간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7-30 14:17
  • 신문게재 2012-07-31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니?” 돈 때문에 서러움을 당한 사람의 넋두리다. 사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러한 넋두리는 바로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소유하는 집이나 차가 그의 인품을 대변해 주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이런 일은 왠지 법이 이런 일을 하게 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법의 신이 내린 절대명령 때문이다. 이 절대 명령은 바로 인간을 계약이라는 이름하에 약속의 노예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약속의 중심에는 돈에 의한 대가 지불이 있다. 이것이 모든 인간을 구속하기 때문에 돈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법의 세계에 있어서는 인간이 먼저 아닐까? 법은 정의로운 것이니까 인간이 먼저일 거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법의 세계에서도 법이 먼저인 것이다. 법이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다.

인간이 법을 만드는 순간 그의 힘이 법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법이 인정하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며 또한 법이 인정해 주면 인간이 아닌 자도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전자는 예전의 노예가 그러했고 후자는 바로 회사 등을 의미하는 법인(法人)이다. 그러면 이러한 법은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역사적인 문제로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인간의 사회 내의 위치가 바로 법에 의하여 인정됐던 것이다. 즉 고대국가가 성립된 이후 왕이 지배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단지 왕의 명령에 복종하는 의무만이 있는 존재가 인간이었다. 중세에는 장원제도에서 연유된 길드제도가 사회적 기본단위가 돼 있었다. 길드 내의 도제로서 길드의 최고의 우두머리인 장인에게 복종해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비로소 법은 왕이나 사회조직에 대한 의무만이 있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과 결정권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까지 주장할 수 있는 존재로 보게 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고 유지되면서 근대사회의 근간이 된 경제적 자유, 즉 계약자유의 원칙을 이루게 된 것이다. 법이 오늘날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로 자기 이익에 관한 한 손해 볼 줄 모르는 대단히 영리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오늘날의 법이 상정하는 것처럼 영리하고 자기 이익만을 위하여 사는 계산 밝은 존재일까? 그러나 법이 본 이러한 이기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은 계약자유라는 것을 악용하여 결국 부의 왜곡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만을 초래했던 것이다.

여전히 우리시대에도 법은 인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정신을 차린 법은 영리하지 못한 인간, 제대로 제 앞가림을 못하는 인간을 인정하게 됐고 이 점을 반성하면서 여러 가지 법(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해야 하는 법의 진정한 목적에 도달하기까지 그 길은 멀기만 한 것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