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선 충남지방경찰청장 |
경찰관은 치료를 다 마치고 나서 “벌에 쏘였으면 병원에 가시거나 119로 전화하셔야지 왜 파출소로 전화를 하셨어요”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도둑을 맞아도 112로 전화하고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파출소로 전화하라”고 하던 파출소 경찰관의 말이 생각나서 그랬다고 한다.
요즘 경찰관이 부쩍 바빠졌다. 주민들은 경찰이 기본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동네의 작은 문제까지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경찰의 역할도 전통적으로 해 온 범죄와 싸우는 역할(Crime fighter)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등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해결해야 될 문제다. 그 중 하나가 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노인의 안전과 복지문제. 한 예로 청양의 경우, 한 해 평균 노인 100여 명이 사망하는 동안 태어난 신생아 수는 2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하나는 장애인 문제다. 충남도내 장애인은 '2011년 기준으로 13만1108명으로 전국 평균 5.61% 보다 높은 전체 인구의 6.23%를 차지하고 있고, 장애인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98만원으로 전체 가구 월 평균 소득 371만원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복지문제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취약하다. 지체장애 여성이 늘어나는 빚에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였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살을 하고,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를 대신 구입해 주겠다고 속여 수 천 만원을 편취하거나, 지체장애인의 기초생활보조금을 가로챈 경우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파렴치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제주와 통영에서 발생한 끔찍한 두 사건으로 다시 아동과 여성 보호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경찰에서는 아동ㆍ여성을 위한 치안활동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다시 이런 참혹한일들이 벌어져 아쉽기 그지없다. 반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장애인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대상으로만 인식돼 사실상 치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간 경찰에서는 아동과 여성보호를 위한 전담기구를 뒀지만 노인 장애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전담부서는 물론이고 그 업무를 담당할 실무자조차 없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충남경찰은 지난 6월 말 노인ㆍ장애인의 안전문제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청에 '노인장애인계'를 신설하고 각 경찰서에는 전담경찰관을 배치해 명실상부한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을 갖췄다.
치안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안전없이 복지를 담보할 수 없고, 복지없는 안전은 무의미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정책이야 말로 복지와 치안이 결합한 융ㆍ복합시대에 걸맞은 치안정책으로 거듭나야 된다. 경찰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기업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공감대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 순찰차는 폭염 속에서도 주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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