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가수사국 설치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 경찰 간부는 이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한 채 국가수사국을 설치하는 것은 검사에게 더 무서운 칼을 쥐어주는 격임을 알아야 한다”며 “검찰 개혁을 위해 국가수사국을 만든다고 하지만, 국가수사국 검사는 수사를 하고 검찰청 검사는 기소를 하게 한다는 것이 검찰개혁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 없이 국가수사국을 설치한다면 경찰청 소속 유능한 형사들을 검사의 '따까리'로 만들어 버릴 것이며, 수사와 치안은 분리할 수 없다는 기본적 상식조차 모르는 졸속 정책으로 검사들 자리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서 검ㆍ경 합동수사기관인 '국가수사국'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경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지만, 경찰에서는 이를 '반 개혁' 조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 없이 국가수사국이 설치될 경우 오히려 검사가 더 큰 권한을 갖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며 검찰과 대립해 온 경찰로서는 반기기 어려운 내용이다.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는 검ㆍ경의 수사권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검찰 개혁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현재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국가수사국 설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인 경찰 권한이나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고,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만을 담당하는 이른바 '한국형 FBI'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수사국이 설치되면 이 조직은 수사를 담당하고, 경찰은 치안을,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게 돼,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 권한의 비대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수사국 내에서도 검사가 경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현행 형사소송법 유지가 전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 쪽의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찰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공식 블로그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블로그를 통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수사구조는 전혀 다르고, 검사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법체계의 변화 없이 왜곡된 수사구조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며 “한해 200만건의 범죄 중 98%를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함에도 검사 지휘를 명시한 현재 법체계의 문제점을 국가수사국이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해진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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