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된 대로 일부 맥주 출고가가 인상된 데 이어 라면값 인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소주 가격도 주정값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 들먹거려지고 있다. 농산물과 해산물 등 원가 인상으로 제품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지만, 서민 가계에 직결되는 식탁물가의 동반상승이 특히 걱정이다. 가격 지도 등 물가안정 대책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더 심각히 여겨야 할 것은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 요인이 곳곳에 산재한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실물지표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느긋한 진단은 잠시 유보해야 할 듯하다. 가격 인상을 엿보던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언제까지 견뎌낼지 미지수다. 무작정 제동을 걸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물가 관리의 고삐를 놓을 수는 없다.
이번 인상을 선도적 신호로 받아들여 다른 식음료업체들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의 봇물이 터지면 하반기 인플레 압박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 41.8%는 가계에 부담을 미치는 요인으로 식료품비를 지목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등지의 폭염과 가뭄으로 밀, 옥수수, 콩 등의 선물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격 폭등을 예고하고 있다. 콩과 옥수수값 상승이 사료값에 반영되면 곧 국내 축산물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자체조달 시스템이 변변치 못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어물쩍 대처했다간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물가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게 뻔하다. 물가로 불똥이 튀기 전 공공비축 확대 등 선제 대응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값 폭등이 생산 원가에 반영됐을 때는 더더욱 문제다. 경제성장의 바퀴를 굴리지 못하면서 물가상승만 지속되면 소비가 감소하고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에 식탁물가, 밥상물가의 상승 압력만 커진 비상한 상황이 바로 지금이다. 곡물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애그플레이션), 불황과 인플레이의 공존(스태그네이션) 위험성 앞에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 라면ㆍ맥주값 인상이 가격 인상 도미노가 되지 않도록 물가안정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리 원가가 상승했어도 물가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되도록 두고 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서민 가공식품인 라면, 맥주값 인상이 미칠 여파를 과소평가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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