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지난 23일 성폭력 및 방화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다수의 심신미약 감경 의견을 존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연인 사이로 지내던 여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여성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고, 흉기로 위협해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같은 날 저녁 다시 피해 여성의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불을 질러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도 적용됐다.
이러한 범죄 사실에 대해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7명의 배심원단은 전원 유죄를 인정했으며, 양형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에서 5년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다수가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또 배심원단 의견을 받은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해 의사결정능력 및 사물변별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과 알코올치료강의 80시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5년)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통해 “흉기를 소지하고 피해자를 협박해 강제 추행하고 상해까지 가한 점과 상가 건물에 불을 질러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던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인정된다”면서도 “처음부터 성범죄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추행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 등이 참작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16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심신 미약 주장이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되지 않아 무기징역이 선고 됐으며, 최근 여러 곳에서 주취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에 대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주취 폭력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 상태에서의 심신미약을 감경 대상이 아닌 가중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방향의 양형 기준 개정 의사를 밝혔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관계자는 “양형위 의견은 심신미약 주장이 무조건적인 감경사유가 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고, 세분화된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현재 의견 수렴 단계에 있다”며 “주취 범죄의 계획성과 습관성 등이 인정되면 심신미약 주장이 반영되지 않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계획성 없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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