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폭염이 계속된 25일 대전역 인근의 쪽방촌에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무더위에 기진맥진해 있다. 주거시설에서 가장 필요한 냉ㆍ난방의 문제는 이들에게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속에 생과 사를 결정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민희 기자 |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 오후 2시 대전역으로 이어지는 동구 중앙동의 쪽방골목은 대피라도 한듯 인적없이 고요했다. 주인이 집을 비운 듯 방문은 닫혀 있었고 이따금 쪽방에서 인기척이 골목으로 전해졌다. 대전시쪽방상담소 이한훈 팀장은 “뜨거운 낮에 쪽방에 남아 있는게 더 힘들어해 대부분 대전역이나 대전천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서야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골목을 더 걸어 '딸그닥'그릇 소리에 찾아간 쪽방에서 안용순(75ㆍ여)씨는 더위에 지쳐보였다. 엘리베이터 두 개쯤 붙여놓았음 직한 크기의 쪽방에 불볕더위는 피할 곳이 없어 보였다. 손바닥만한 창문은 햇볕이 곧장 들이닥쳐 닫아놨고 방안의 냉장고는 쉴 새 없이 훈김을 뿜어냈다. 또 방바닥에는 두터운 겨울이불이 그대로 깔려 있었다.
안 씨는 “방바닥에 습기가 차 이불을 두껍게 깔아야 견딜 수 있다”며 “낮에도 너무 더워 견디기 어렵지만, 밤에는 문도 잠가야하고 모기때문에 잠들지 못한다는 게 겨울보다 더한 고통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 씨와 대화를 나누는 20여분 동안 방안의 온도계는 33℃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폭염은 대덕구 오정동의 도매시장 뒤편에 자리한 이주민마을에도 큰 어려움이었다. 1982년 동구 문창동 대전천변의 판잣집을 강제철거하면서 시가 주민 40여세대를 이곳에 집단 이주시킨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50m길이의 슬레이트집 4채에 4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화장실은 3개를 나눠쓰고 있다. 그나마 화장실 한 곳은 정화조가 파손됐지만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더위와 함께 화장실 불편까지 더하고 있었다.
또 중구 석교동의 4층짜리 한 아파트는 1971년 문창시장을 조성하면서 이주민을 위해 지어져 각 층에 화장실 하나를 7~8세대가 나눠쓰고 있다. 오정동 이주민마을에서 만난 김윤배 씨는 “밤늦도록 식지 않은 더위를 참아가며 보내고 있지만, 파손된 정화조를 신고했어도 몇 달째 방치돼 주민들에게는 더위 못지않은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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