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티어펀드(Tearfund)에서 발행한 '위험에 처한 아이들에 대한 지침서(Children At Risk Guidelines)'는 '아동 성 학대와 착취(Children and Sexual Abuse and Exploitation)'라는 부제아래 성경적 관점에서 아동성문제에 대한 정의와 나름의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아동 성폭력이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종교적 해결방법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제해결의 틀이 인간본성의 회복을 통한 아동성문제의 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면 관계상 모든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지침서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의 정립, 아동친화적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부모의 책임, 예방과 치료에 있어 아이들의 니즈와 우선순위의 파악, 성폭력예방에 있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아이들이 처해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전반의 헌신과 보호에 대한 성서적 인식과 기도라고 말하고 있다. 비단 기독교적인 관점에서의 헌신과 보호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성서적 인식과 기도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윤리의식에 대한 끊임없는 회귀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아동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과 방안을 말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처럼 실효성 있는 강력한 처벌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아동 성폭력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자신의 의식과 문화의 변화 없이는 요원한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라'는 마태복음 제19장 제14절의 말씀처럼 우리 아이들이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야만 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동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사실 존중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아동은 더욱 더 약하고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상당수의 아동성폭력 가해자가 정신적인 질환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점은 단지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소외된 삶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소통의 경험이 없는 사람의 눈에 비치는 사회는 어떠할 것인가? 아동기의 정서적ㆍ물리적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아동이 처한 부정적 환경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했을 때 그것이 결국 다른 아동을 위협하는 성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아동에 대한 폭력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단호하게 대처하는 사회적 태도가 바로 '존중받는 아동'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장소의 여하를 불문하고 아동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을 눈감는 어른들이 있다면 어떠한 사회 내부적 조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가까운 주변부터 살피고 돌보는 우리 모두의 헌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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