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백화점 가전제품 매장에 에어컨을 구입하러 온 40대 중년 남성의 푸념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날 열대야로 인해 온 가족이 잠을 설쳐 큰 맘 먹고 에어컨을 구매하려 했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망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남성은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근무하려면 컨디션도 그렇고, 더위에 지친 가족들을 생각하면 성능 좋은 에어컨을 사고 싶지만 현실적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부담스럽다”며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녀 학비나 생활비 등 미리 준비해 둬야 할 목돈이 많아 수백만원에 달하는 에어컨 구매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처럼 올해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지난 5월부터 에어컨 판매가 증가하는 듯했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이후 전체 매출은 예년 수준보다 떨어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는 에어컨 판매량이 15~20% 가량 감소했으며 그 자리를 선풍기가 대체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내수경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불황에 따라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폭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구매 비용도 부담이지만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위당 요금이 높아지는 누진체계가 적용되는데다가 전기요금은 계속해서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절전기능이 강화된 에어컨이 그나마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제품보다 수십만원 비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의 신규 수요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높은데다가 경기불황으로 새로 구매하려는 수요자가 구매시기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체들은 에어컨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판매고가 추락, 속을 태우는 형편이다.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은 구체적인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10% 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짐작하고 있다.
가전제품 대리점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에어컨 판매가 저조한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확연하게 판매가 부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됨에 따라 무더위에 지친 신규 수요자들의 '반짝 특수'가 기대되긴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불투명해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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